루지 불모지에 온 '푸른 눈 한국인'의 마지막 슬라이딩[베이징올림픽]

아일린 프리쉐. 연합뉴스
아일린 프리쉐(30, 경기도청)는 지난 2016년 독일을 떠나 한국으로 귀화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대한루지경기연맹의 설득에 귀화를 선택했다. 올림픽 무대, 그리고 루지 불모지였던 한국을 위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 다수의 귀화 선수들이 한국을 떠났지만, 프리쉐는 한국에 남았다.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도전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역시 부상이 프리쉐를 괴롭혔다. 2019년 2월 월드컵 8차 대회에서 썰매가 전복되면서 두 달을 꼼짝 없이 병상에만 누워있었다. 양 손의 뼈와 꼬리뼈가 부러졌다. 재활에 매진해 다시 트랙 위로 올라왔지만, 트라우마 극복이 과제였다.

사고 공포를 이겨내야 올림픽으로 갈 수 있었다. 2021-2022시즌을 온전히 소화하면서 2022년 베이징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었다.

프리쉐는 그렇게 마지막 레이스를 준비했다.

프리쉐는 7~8일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루지 여자 1인승에서 1~4차 시기 합계 4분00초284를 기록, 34명 중 19위를 기록했다. 4년 전 평창 올림픽 성적은 8위. 1~2차 시기 21위에서 3~4차 시기를 치른 뒤 순위가 두 계단 올랐다. 다만 4차 시기에서 썰매가 뒤집힌 탓에 순위를 더 끌어올리지 못했다.

10일 남자 1인승 임남규(경기도루지연맹), 남자 2인승 박진용(경기도청)-조정명(강원도청)과 함께한 팀 릴레이(계주)에서도 3분11초238, 14개 팀 중 13위를 기록했다.

아일린 프리쉐. 연합뉴스
프리쉐의 마지막 슬라이딩. 순위는 의미가 없었다.

프리쉐는 올림픽을 앞두고 은퇴를 알렸다. 프리쉐는 "모든 운동선수는 좋은 모습으로 현역 생활을 끝내고 싶어 한다"면서 "나도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니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 후회는 없다. 그만두기에 적절한 시점인 것 같다. 더 한다면 오히려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쉐는 이제 평범한 한국인으로 돌아간다. 특별귀화인 덕분에 독일과 한국 이중국적이 가능했지만, 다른 귀화 선수들과 달리 독일 국적을 포기했다. 오롯이 한국인으로 살기를 원했다. 서툴러도 한국어로 대화하고, 인터뷰도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손톱에는 태극기 문양을 그려넣었다.

올림픽이 끝나면 유럽으로 날아가 공부를 할 예정이다. 한국을 떠난다는 말이 아니다. 프리쉐는 "공부를 마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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