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QR코드 '무용론'…고조되는 '방역완화' 요구

황진환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최고치를 찍고 있지만 오히려 방역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8일 코로나 확진자는 1만 5894명. 그러나 연휴 직후인 지난 5일에는 3만 6345명으로 폭증했고 지난 10일에는 5만 4122명을 채우며 사상 첫 5만명대를 기록했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쯤에는 신규 확진자가 17만명까지 이를 수 있다고도 내다본다.
 
이전 같으면 이같은 감염 폭증세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과 대책이 잇따랐겠지만, 새해 들어서는 오히려 방역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방역 조치 완화를 넘어 완전히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3년차를 맞이하면서 방역 조치로 인한 영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소상공인 단체는 영업시간 제한을 철폐하고 강제적 방역이 아닌 '자율적 책임 방역'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은 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위해 15일 광화문에서 장외 집회를 갖기로 하는 등 집단행동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한형 기자
일부 장관도 방역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0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도와 중증도가 떨어지고 병상도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제한 다른 나라의 양상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포용할 수 있는 수준을 정확히 가늠해 (거리두기 조치) 완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일부 방역 전문가들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방역 조치 가운데 일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역 정책만 남기는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유행 정점 이후 어떤 정책을 남기고 얼마만큼 과감히 풀 수 있는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확진자 폭증 와중에도 방역 완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진 것은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에 맞춰 방역 기조를 전환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은 높지만 중증화율이나 치명율은 더 낮은 것으로 보고 기존의 '감염 원천 차단'기조에서 '위중증 환자 관리'로 흐름을 바꿨다. 즉 기존에는 확진자 자체를 줄이려는 전략이었다면 최근에는 확진자가 늘더라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억제하는 쪽으로 바뀐 것.

여기에는 현실적인 고민도 작용했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수만명씩, 십수만명씩 쏟아질 경우 기존의 '3T'(검사, 추적, 치료) 전술은 물리적으로 이행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가 폭증하자 기존의 PCR 검사에서 간단한 신속항원검사로 전환하고 추적도 역학조사에서 자기기입형 조사로 전환했다. 아울러 격리도 축소하고 치료도 무증상 및 경증 환자는 재택치료하고 입원 치료는 중증 및 기저질환자로 국한하도록 했다.

결국 정부가 감염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다 보니 검사와 추적에 관련된 방역패스와 QR코드 등의 방역 조치도 함께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에 대해 방역 전문가들은 대체로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 오미크론 변이의 정점이 지나지 않은데다 확진자의 절대 숫자가 늘면 현재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중증환자와 사망자 숫자도 언제든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우리 의료 체계가 오미크론 변이 폭증에도 버틸 수 있는지를 봐가면서 방역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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