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최고경영진 나서라"…사측에 공개 대화 요구

16일 오전 기자회견 하는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 연합뉴스
임금협상 결렬로 쟁의 절차에 돌입한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이재용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에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 내 4개 노조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이현국 비상대책위원장은 "15차례나 진행된 임금 교섭은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고, 공동교섭단이 요구한 44개 조항에 대해 회사 측이 단 한 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교섭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어 "(중노위) 조정 회의에서도 공동교섭단은 요구안을 대폭 양보하며 대화를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단 하나의 조항도 수용할 수 없다고 해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나왔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급여체계와 직원 휴식권 보장을 위해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0년 5월 6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고,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한형 기자
이 위원장은 특히 '이제는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겠다'고 한 이재용 부회장의 2020년 5월 기자회견 내용을 언급하며 "최고경영진과 노조 대표자가 전격적으로 만나서 논의하고 결정하자"고 촉구했다.

노조는 대화 상대로 거론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에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내정) 사장을 비롯해 삼성 총수인 이 부회장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에 걸쳐 2021년도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최초 연봉 1천만원 일괄 인상과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포괄임금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임직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가 지난해 3월 정한 기존의 임금인상분(총 7.5%) 외에는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회사는 노사 교섭이 연말에 시작됨에 따라 추가 인건비 지출이 어렵다며 올해 임금협상에 반영해 논의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 4일 고용노동부 중노위에 쟁의행위 돌입을 위해 조정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지난 14일 최종적으로 '조정 종료'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앞으로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에서는 1969년 창사 이래 53년 만에 첫 파업이 된다.

이 위원장은 실제로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파업은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며 "단순히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삼성그룹사 노조가 연대해 강력하게 투쟁에 나서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노조의 기자회견에 대해 "회사와 노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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