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이자 위기의 땅' 대선 후보들이 부산에 공들이는 이유는?

유력 대선후보들 과거 대선에 비해 부산 민심 잡기 경쟁 '치열'
보수 텃밭 벗어나 '경합지'로 분류
지역에 정치적 기반 있는 후보 없어…잦은 방문과 지역 공약으로 민심 공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제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오전 부산 진구 부전역 앞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황진환 기자
여·야 대선 후보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부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의 민심이 예전과 달리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은 데다, 지역에 정치적 연고를 둔 유력 후보군이 없다는 점도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해 말부터 한 달에 한 번꼴로 부산을 찾으며 민심을 두드리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방문에 이어 올해 1월 1일 부산에서 새해 첫날을 맞이했고, 지난 6일 다시 부산을 찾아 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 역시 지난해 12월 4일 부산에서 이준석 당대표와 함께 원팀 선거운동을 시작한 뒤 지난 1월 부산을 찾아 부산 공약을 꺼냈다.

두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5일 유세의 시작과 끝을 부산에서 펼치기도 했다.


당 지도부의 부산에 대한 구애도 이어지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던 지난달 중순 부산에 짐을 풀고 2주간 지역 민심 공략에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월 잠행 과정에서도 부산을 찾아 지역 현안을 챙겼고, 공식선거운동 첫날 윤 후보에 앞서 부산에 도착해 1박 2일간 유세전을 펼쳤다.

후보와 당 지도부의 연이은 부산행은 이번 대선에서는 '경합지'로 분류되는 부산의 표심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보수텃밭으로 불리던 부산에서는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문재인 당시 후보가 승리한 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까지 민주당이 가져갔다.

이후, 2020년 총선에서는 전국 판세와 달리 국민의힘이 18석 중 15석을 차지하며 표심을 되찾았고,지난해 열린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갔다.

최근 몇 년 사이 요동친 이 같은 선거 결과는 부산의 민심이 어디로 향할 지 가늠할 수 없는 동시에 각 정당으로서는 가능성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부산 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황진환 기자
이와 함께 부산에 정치적 기반을 둔 유력 후보가 없다는 점도 후보들의 발걸음을 부산으로 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후보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내며 정치적 자산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 출신인 윤 후보는 부친의 고향인 충청에서 정치적 기반을 찾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역에서는 아직 '부산 후보'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 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둔 후보가 있었던 대선과 비교해 이번 대선에서 지역민들의 갖는 심리적 공백이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후보들은 잦은 부산 방문과 함께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과 2030월드엑스포 유치 지원 등 지역의 거의 모든 현안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며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대위가 목표치로 잡은 부산지역 최대 득표율을 각각 50%와 70%다. 두 정당 모두에게 부산이 기회이자 위기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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