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전시가 회화, 판화, 조각, 태피스트리를 폭넓게 소개했다면 이번 전시는 회화를 집중 조명한다. 캔버스 14점과 종이 작업(드로잉) 44점을 만날 수 있다.
시작점은 DMZ(비무장지대)였다. 안드레아스 에릭슨(47)은 DMZ의 이념적 성격을 배제하고 환경적 특성에 주목했다. DMZ는 자연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작가는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자생하는 자연의 영토를 화면에 빗대어 표현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내한이 불발된 작가는 영상 편지에서 "44점의 드로잉 중 36점을 코로나19로 격리 중이던 2020년 제작했다. 드로잉을 거듭할수록 화면이 해안선의 모습을 닮아가기 시작했다"며 "구글 맵을 통해 한국을 여행하면서 제 자신이 동쪽 해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드로잉을 바탕으로 지난해 회화를 그릴 때도 이 부분을 염두에 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해안선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구분하는 동시에 연결 짓는 매개다. 남북의 영토, 땅과 바다, 자연과 문명이 만나는 중립지대를 상징한다.
전시장은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는 대형 회화부터 한 눈에 담기는 소품 회화까지 화면 규모가 다채롭다. 입구에는 드로잉 연작 '무제'가 빼곡하게 걸려 있다. 전시장 안으로 벌걸음을 옮기면 회화 '해안선 #12'(2021)가 눈길을 끈다. 차분한 파스텔 톤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우측 하단부의 푸른 빛깔이 청량한 생동감을 전한다.
스웨덴 비외르세터 출신인 작가는 2000년 이후 가족과 함께 스웨덴 메델플라나 인근 시네쿨레 산속에 살며 작업하고 있다. 바네른 호수를 근처에 둔 숲 한가운데서 사는 그는 자연에서 발견한 요소를 작업 안에 풀어낸다. 2011년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 북유럽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어 주목받았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