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강 銀 스키까지 빌렸는데' 또 회전에서 운 스키 여제[베이징올림픽]

미케일라 시프린. 연합뉴스
"내 경력 DNF의 60%가 이번 올림픽에서 나왔네요."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은 현역 최고의 여자 알파인 스키 선수다.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에서 73번이나 우승하며 현역 최다 우승을 기록 중이다. 역대 1위는 82승의 린지 본(미국).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회전, 2018년 평창 올림픽 대회전 금메달을 따는 등 회전 종목의 최강자다.

하지만 스키 여제가 베이징에서는 계속 미끄러졌다.

회전과 대회전 모두 실격. 정확히 말하면 DNF(did not finish)로, 코스를 완주하지 못했다. 이어 슈퍼대회전에서 9위, 활강에서 18위를 기록했다. 특히 회전과 대회전 모두 1차 시기에 넘어졌으니 주종목에서는 한 번의 완주도 못한 셈이었다.

시프린은 17일 중국 베이징의 옌칭 국립 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여자 알파인 복합에 출전했다. 개인 종목으로는 마지막 레이스였다. 알파인 스키는 19일 혼성 단체전을 치른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활강에서 5위를 기록했다. 주종목인 회전에서 기량을 발휘한다면 메달도 가능했다. 시프린은 4년 전 평창에서도 알파인 복합 은메달을 딴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슬로프에서 굴렀다. 최종 기록은 DNF.

시프린은 "단체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 "활강과 비교하면 너무 침착했다. 오히려 조금 긴장하고 템포를 맞췄어야 했다. 9번 기문까지는 느낌이 좋았다. 적어도 DNF로 끝나지 않을 거라 느꼈다. 다만 그저 안전하게만 스키를 타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시프린은 활강 은메달리스트 소피아 고자(스위스)의 스키를 빌려 활강 레이스를 펼쳤다. 알파인 복합의 경우 스키를 빌리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스노보드와 스키를 병행하는 에스터 레데츠카(체코)도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시프린의 스키를 빌렸다.

시프린은 "고자가 스키에 '날아라 미카, 넌 할 수 있어'라는 작은 메모를 남겼다. 처음 보고 눈물이 날 뻔했다"고 설명했다.

여제의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은 무겁다. 회전, 대회전의 연이은 실격으로 사실 올림픽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프린에게도 올림픽은 도전이었다. 주종목인 회전, 대회전을 완주 없이 끝내기는 싫었다. 아쉽게도 알파인 복합에서도 완주를 못했지만.

시프린은 "압박감은 항상 있다. 나는 그 압박감이 불편하거나 낯설지 않다"면서 "메달도 따고 싶었지만, 다시 한 번 회전 경기에 나서고 싶었다. 메달 없이 올림픽을 끝내는 것보다 이 슬로프에서 열린 회전에서 모두 실격됐다는 것이 더 아쉬웠다. 이번 올림픽은 정말 어려운 대회였다. 올림픽은 항상 어렵고, 항상 도전이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내 경력을 돌아보면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은퇴?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내 경력 동안 몇 번이나 DNF를 해봤을까. 물론 모든 관심은 메달이지만, 적어도 완주는 했다. 내 DNF의 60%가 이번 올림픽에서 나왔다. 남은 선수 생활 동안 DNF는 없을 것이다. 정신력이 더 강해졌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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