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의 부산 유세 어퍼컷은 계획에 없던 애드리브였다. 자신감이 붙은 게 눈에 보인다"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4일째로 접어든 18일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석열 후보의 연설에 자신감이 넘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적인 예로 공식 선거운동 첫 날(15일)의 마지막 행선지였던 부산에서 나온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는 사전에 논의가 없던 돌발 행동이었다. 이준석 당대표는 이에 대해 "대중이 열광하는 분위기 속에서 후보가 굉장히 적절한 본인의 어떤 밈(meme)을 찾아낸 것"이라고 호평했다.
윤 후보가 최근 유세 현장마다 꺼내고 있는 '대장동 관련 발언'도 어퍼컷 세리머니가 나온 부산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이 역시 사전 대본에는 없었던 내용이었다고 한다. 보수 정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영남권 유세에 집중하고 있는 윤 후보 연설의 뚜렷한 기조는 기승전 '정권교체'다.
尹의 연설 루틴… '당위성' 강조하며 기승전 '정권교체'
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 날부터 줄곧 일정한 유세 '루틴'(일정한 행동양식)을 유지하고 있다. '충청의 아들', '강원의 외손',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 등 해당 지역과 자신의 인연을 소개로 유세를 시작하는 윤 후보는 "여러분이 윤석열을 불러 주시고 키워주셨다"라며 자신의 정치 참여 당위성을 강조한다."우리 상주시민, 경북인께서 저를 불러내서 이 부패하고 무능하고 무도한 민주당 정권을 박살내라고 불러주고 키워주신 것 아닌가"(18일 경북 상주 유세)
"오늘 여러분 앞에 서게 된 것은, 우리 김천시민, 경북도민 여러분께서 저를 이끌어주시고 압도적으로 지지해주셨기 때문 아닌가"(18일 경북 김천 유세)
"저는 법을 수십년 간 집행한 사람인데, 왜 여러분 앞에 섰겠는가? 민주당이 얼마나 불법과 반칙을 일삼았으면"(17일 경기 용인 유세)
이후엔 세금 폭탄, 부동산, 대장동 이슈 등을 꺼내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역대 대선과 비교해 투표일 3주 전 지지율 박빙 현상이 지속되고 중도층 표심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권교체' 응답률이 '정권 재창출' 응답을 압도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연설 말미 "제가 오죽하면 공직 생활밖에 모르는 제가 이 앞에 섰겠는가"라며 "이 사람들은(민주당) 자기들끼리 이권 챙기기에 정신이 없다. 여러분 대장동 보셨죠? 이게 유능한 행정의 달인입니까?"라고 이 후보를 저격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대장동 발언은 애초 없던, 후보 스스로 한 애드리브"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영남권 유세에서도 "대장동의 썩은 냄새가 김천까지 진동하지 않나 싶다", "민주당 정권을 한번 더 허용하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허물어지고, 안보가 무너지고 기초가 더 허물어질 판", "특권과 반칙에 유능한 것을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 하면 소가 웃을 일"이라며 줄곧 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당 내에서는 첫날 텃밭인 대구·부산 유세 뒤 윤 후보가 확실히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란 평가를 내놨다. 윤 후보는 평소 주먹을 불끈 쥐고 손을 위아래로 흔들거나, 손가락을 하늘로 찌르는 행동은 보였지만, 부산 유세 이후부터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수차례 선보였다. 현장에 있던 선대본부 관계자는 "깜짝 놀란 애드리브", 또 다른 영남권 한 의원은 "유세 목소리나 제스처가 정치 신인이라고 보기에 어려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文대통령 놔두고 민주당만 '정밀 타격'
다만 발언 수위가 연일 올라가며 거칠어지고 있는 윤 후보의 입은 변수다. 윤 후보는 이날도 "이런 사람(이재명 후보)을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낸 민주당은 도대체 정당이 맞는가"라고 독설을 뱉었는데, 전날 경기 용인에서도 그는 "(민주당은) 그대로 놔두면 이 당이 암에 걸려 제대로 헤어나지 못한다"는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윤 후보는 안성에서도 "자기가 지은 죄는 남에게 덮어 씌우고, 자기 죄는 덮고, 남에게는 짓지도 않은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게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정부 여당을 때리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피하고 있다. 비판 발언은 대부분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 사용하는 용어 역시도 '민주당 정부'가 상당수다.
이 역시 전략적 판단이란 해석이 나온다. 임기 말에도 이례적으로 40%대 국정 운영 지지율이 나타나고 있는 문 대통령과 굳이 대결 구도를 형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 9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상대 적폐 수사' 발언을 했었는데, 당시에도 당 내에선 "굳이 할 필요가 없었던 말"이란 지적이 나왔었다. 아직 민주당 지지층이 이재명 후보 단일대오로 모이지 않는 등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발언은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빌미를 줄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