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18일 오전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故) 손평오 지역 선대위원장의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안 후보는 "저 안철수,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손 동지의 뜻을 받들겠다"며 "결코 굽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안 후보는 "더 강하게, 더 단단하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변화와 혁신의 길,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는 길, 분열이 아닌 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안 후보의 발언과 단일화를 연결해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돌아가신 분의 유지를 받아서 국민의당에서 완주 의지를 밝힌 만큼 앞으로 단일화 논의보다는 한동안 국민의당에서 자체적으로 선거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노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 대신 완주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다.
또 최근 윤석열 후보의 상승세를 고려할 경우, 단일화 줄다리기에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처럼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오차범위를 넘어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를 유지하면서 1위를 굳힌다면, 독자적으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고, 이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언급했다. 최근 양측의 물밑접촉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는 상황이 자강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대로, 안 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철회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므로 섣부르게 판을 깰 이유는 전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선대본 관계자는 "더 굳건하게 정권교체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말씀이 아니겠느냐"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최적의 단일화 시점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다만, 안 후보의 단일화 의지에 대한 해석과는 별개로 국민의힘 내에서는 안 후보가 제시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는 절대 받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른바 담판 형식을 통해 안 후보의 자연스러운 결단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러한 직·간접적인 후보 사퇴 압박이 생산적인 논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선대위 관계자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10% 정도인데, 정당 사이에서 제안이 오가는 중 사퇴 운운하는 발언이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윤석열 후보의 직접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제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잠시 미뤄졌던 단일화 논의가 전면으로 부상하게 됐는데, 일각에서는 오는 21일 법정 TV토론회 이전에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담판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가 1박 2일의 영남 유세 이후 토론회까지 서울에 머물고, 안 후보도 선별진료소 의료봉사와 미뤄왔던 정책 발표 중심의 일정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구체적인 면담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두 후보가 만날 계획은 없다"며 "(다만) 답변을 가져온다면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도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다"면서도 "후보가 판단할 사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