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끝났지만…다시 시작된 노선영-김보름 '왕따' 소송전

평창올림픽서 불거진 팀추월 '왕따 주행' 논란
4년 만에 1심 재판 마무리…法, 노선영 폭언 인정, 김보름에게 위자료 300만원 지급 판결
사실확인서 盧가 '천천히 타면 되잖아, 미친X아'라고 폭언
재판부가 김보름 훈련일지만 봤다? 노선영 측 항소
金측 "동료 증인신문은 노선영이 거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종목에서 '왕따 논란'에 휩싸였던 김보름(오른쪽)과 노선영. 이한형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던 노선영(33) 전 선수가 김보름(29) 선수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에 나선다. 노씨측의  항소로 4년 동안 이어졌던 양측의 공방은 고등법원에서 다시 반복될 예정이다.

노씨 측은 1심 재판부가 김씨가 낸 훈련일지를 토대로 판결을 했다며 재판부 판단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김씨 측은 동료선수 등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거부한 것이 노씨라며 맞서고 있다. 노씨 측이 항소한 만큼 2심에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 사실관계를 다툴지도 관심사다.

노선영 "증거는 金훈련일지 뿐" vs 김보름 "盧가 증인신문 거부"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제기한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심에서는 △노씨의 언론인터뷰로 김씨의 명예가 훼손됐는지 △노씨가 일방적으로 폭언을 했는지 △폭언 시점 등을 놓고 공방이 이뤄졌다.재판부는 2017년 11~12월 노씨가 후배인 김씨에게 폭언, 욕설한 사실을 인정해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다만 2017년 11월 이전에 가해진 폭언은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 범위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노씨 측은 21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1심 재판부는 폭언과 관련한 김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는데,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는 소송을 제기한 지 7개월이 지나 김씨가 제출한 훈련일지가 유일했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작성한 훈련일지에는 '노선영이 자신에게 욕을 했다'는 김씨의 주관적 진술만 있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김씨 측은 이같은 노씨 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김씨의 변호인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동료 등에 대해) 증인 신청을 하겠다고 했더니 '사실 확인을 다투지 않겠다'며 노씨 측에서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폭언이 아니었다'는 노씨 측의 입장에 대해서는 "4년 위 선배에게 폭언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두 사람과 함께 평창올림픽 팀추월전에 나섰던 박지우 선수(23)를 포함한 동료들의 사실확인서에서도 노씨가 폭언과 욕설을 한 사실이 적시됐다. 노씨 측은 해당 사실확인서에 기재된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노씨)의 폭언과 욕설은 원고의 스케이트 속력에 관한 것으로 '천천히 타면 되잖아, 미친X아'와 같은 내용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욕설 시점도 구체화했다. 재판부는 "동료선수들과 코치 등이 작성한 사실확인서와 원고(김씨)가 작성한 훈련일지에 기재된 피고(노씨)의 욕설이 있었던 일자를 더하여 본다면, 피고는 훈련 중 원고가 스케이트를 빠르게 탄다는 등의 이유로 ① 2017. 11. 7., ② 2017. 11. 28. 및 ③ 2017. 12. 20. 각각 원고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3년의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김씨 측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 측은 정신과 치료를 받은 2018년 3월을 기준으로 폭언의 시효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평창올림픽 폐막 때까지는 선배인 노씨에게 폭언 등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시효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왕따 주행 논란'은 누가 일으켰나…김보름 명예훼손은 인정하지 않은 法

이한형 기자
재판부는 이번 소송의 근본 원인인 '왕따 주행'에 대해선 "원고(김씨)와 박지우가 이 사건 경기의 종반부에서 갑자기 가속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주행하여 피고를 따돌리는 이른바 '왕따 주행'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10월 "특정 선수(김보름)가 고의로 가속을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선수들이 특별한 의도를 갖고 경기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왕따 주행 논란'은 평창올림픽 여자 팀추월 8강전에서 마지막 주자였던 노씨가 김씨, 박지우 선수에 크게 뒤처진 채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불거졌다. 팀추월 경기는 마지막 주자의 기록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경기 직후 "잘 타고 있었는데 격차가 벌어져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며 웃음기 머금은 표정의 김씨 인터뷰 영상이 나가자 비난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비난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경기 직후 자신의 인터뷰가 아닌, 노씨의 방송 인터뷰가 왕따주행 논란에 불을 붙였다는 주장이다. 노씨는 경기 다음날 그렇게 (속도를) 올릴 타이밍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한 바 있다.

김씨는 변론 과정에서 이같은 노씨의 인터뷰 이후 선수 자격 박탈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는 등 여론이 악화됐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 CF나 협찬 관계가 끊기면서 유발된 경제적 피해도 호소했다.

재판부는 노씨의 인터뷰에 따른 김씨의 명예훼손, 정신적 손해 주장은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의) 일부 답변 습관이 악의적인 태도로 오인됨으로써 (논란이) 발생된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한 비판적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노씨와 감독이 기자회견을 가졌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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