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조원진 빠진 군소후보 토론…'이색' '아슬아슬' 공약 난무

제20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초청 외 후보자의 방송토론회가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한류연합당 김민찬, 통일한국당 이경희, 국가혁명당 허경영, 새누리당 옥은호, 신자유민주연합 김경재, 노동당 이백윤, 진보당 김재연,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소정당 후보들의 참여로 진행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비초청후보자 토론회에서는 주요 정당 후보들의 선거운동에서는 보기 힘든 공약들이 눈에 띄었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후보가 8명이나 동시에 참여한 탓에 내용이 극과 극을 달리는 공약들이 교차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지율이 한때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앞서 놀라움을 안겼던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는 참석했지만, 새로운물결 김동연, 우리공화당 조원진 등 전직 부총리와 국회의원 출신 후보의 불참으로 인해 다소 맥이 빠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코로나지원금 1억·재벌국유화·기본소득 65만원·중국인 강제출국 등 이색공약 난무

22일 진행된 대선 후보 토론회에는 기본소득당 오준호, 국가혁명당 허경영, 노동당 이백윤, 새누리당 옥은호, 신자유민주연합 김경재, 진보당 김재연, 통일한국당 이경희, 한류연합당 김민찬(기호순) 등 8명의 대선 후보가 참여했다.
 
참여자 수가 많고, 인지도가 낮은 탓에 자유로운 토론보다는 인사말과 마무리발언 사이에 2차례에 걸쳐 공약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가장 눈길을 끈 공약을 내건 후보는 허경영 후보였다.
 
포퓰리스트라는 평가를 받는 후보답게 예산의 상당부분을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현금성 공약을 대거 쏟아냈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선 후보. 연합뉴스
 
그는 "빚더미에 앉은 국민에게 코로나 긴급 생계지원금을 18세 이상의 경우 1억원씩, 대통령 당선 두 달 안에 드리겠다"며 "영세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시작 후 지금까지의 피해, 임대료와 종업원 월급 등을 100% 보상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18세 이상 국민 매월 150만원 국민배당금 △65세 이상은 노인수당 70만원 추가 △결혼 시 축하금 1억원과 무이자·무보증 주택자금 2억원 등 총 3억원 △출산 시 자녀 1인당 5000만원, 10년간 매월 육아수당 100만원 등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정치 분야 중 '국회·지방의원 무보수와 보좌진 폐지'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40년 전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정책을 만들었는데 여야 후보가 내 공약을 도둑질하고 저를 TV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짝퉁'이 '원조'가 나오면 겁이 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유엔본부 이전, 여성가족부 폐지, 통일부 폐지, 모병제 전환, 사병 월급 200만원 인상 등 최근 거론되고 있는 정책들을 이미 오래 전부터 공약해왔다고 주장하는 한편, △수능폐지 △반려동물 무료진료 △안경 무료 △중산층까지 국민연금, 의료보험, 산재보험, 갑근세 면제 △증권거래세 폐지 △생일시 대통령 명의의 금일봉과 격려카드 지급 등 크고 작은 공약들도 쏟아냈다.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도 "'일할 수 있으면 일해서 먹고 살고, 일할 수 없는 사람만 구제해준다'는 방식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당명에 맞춰 매월 65만원의 기본소득을 전국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 첫날인 13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가 등록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다만 재원 마련에 있어 "시민 보편증세를 추진하겠다. 토지보유, 탄소배출에 과세하고 플랫폼기업이 무상으로 가져가는 데이터 수익에 과세하겠다"며 "어떤 후보도 이런 제안을 하지 않는다. 증세를 말하지 않고 일자리 수백만 개를 만든다는 가짜공약만 남발하고 있다"며 허 후보를 비롯한 다른 후보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통일한국당 이경희 후보와 신자유민주연합 김경재 후보는 기업과 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제 효율성 강화에 방점을 뒀다.
 
이경희 후보는 "부동산 규제를 혁파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국민의 삶을 돌보겠다. 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 감세를 하겠다"며 "대기업은 원천기술로 글로벌 시장 선점을 돕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는 금융·행정·세제지원을 하는 친기업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김경재 후보는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 양도세를 폐지하고 술·담배·가스·기름값에 포함된 부가가치세 제외 2중과세를 모두 폐지해 서민 물가를 낮추겠다"며 "현행 최대 27.5%인 법인세는 19%로, 45%인 개인소득세는 20%로 하향해서 기업과 가진 자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친 노동성향인 노동당 이백윤 후보와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노동법 개혁과 노조 활성화로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백윤 후보는 "우리 사회를 노조공화국으로 만들겠다. 국가 책임일자리를 만들고 정규직, 공기업의 일자리로 만들어서 민주노총에 가입시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읍면동까지 공공돌봄센터를 만들어 여성의 가사와 육아의 독박구조를 해결하고 여성이 정치의 주체이고 권력의 생산 주체가 되는 페미니즘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공약했다.
 
김재연 후보는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 등 법적으로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250만명을 비롯해 노동사각지대 700만명까지 포괄할 전국민 노동법 시대를 열겠다"며 "보수언론과 기성정치권은 노조하는 14%가 나머지 86%의 권리를 빼앗는 것처럼 떠드는데, 86%의 노동자들도 생명과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슬아슬 극으로 치달은 일부 공약들…선두권 주자 저격도

왼쪽부터 한류연합당 김민찬, 통일한국당 이경희, 국가혁명당 허경영, 새누리당 옥은호, 신자유민주연합 김경재, 노동당 이백윤, 진보당 김재연,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 후보들이 내놓은 일부 공약들은 내용적으로 다소 극과 극으로 치달으며 긴장감을 연출하기도 했다.
 
허경영 후보는 "45조씩 들어가는 저출산 예산을 없애겠다. 국방예산 50조와 맞먹는 그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여가부 예산, 남녀 성인지 예산 32조도 없애겠다. 남녀는 원래 평등한데 그런 예산을 어디다가 쓰느냐"고 질타했다.
 
김경재 후보도 "동성애와 낙태, 여가부는 헌법 36조 위반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장소에서 동성애와 낙태를 옹호하면 사법처리하고 여가부는 폐기하겠다"며 허 후보와 결을 같이 했고, "이 사람들이 사회 문제를 너무 많이 야기시킨다"며 100만명이 넘는 국내거주 중국인을 모두 중국으로 내보내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남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성인지 노력과, 자국민 이익을 위한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백윤 후보는 "재벌총수 지분의 1%를 몰수하거나 국가가 사들이면, 또는 공정거래법을 제대로 적용하고 처분한다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국유화가 가능하다"며 자본시장체제를 흔들 수 있는 사기업 국유화와 재벌 수익의 사회 환수를 공약했다.
 
이 후보는 생태공화국을 공약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찬성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집 지하에 핵폐기물을 예쁘고 안전하게 저장해 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소 수위가 지나친 발언도 했다.
 
이에 오준호 후보는 "오늘 토론에서 일부 후보들이 반여성, 반노동, 반복지 발언과 함께 재원계획도 없는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어서 무척 유감"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김재연 후보는 "기후위기에 대응한다고, 탈탄소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농민들을 농지에서 쫓아내고 산에서 나무를 뽑아내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돈으로 이것을 보상하겠다며 '햇빛연금', '바람연금'이라는 기만적인 말들로 포장하고 있다. 지방을 희생해 수도권만 편히 살겠다는 도시 이기주의"라고 이재명 후보를 저격해 눈길을 끌었다.
 
옥은호 후보는 정책 제안은 없이 '2020년 4·15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주장을 자신의 시간 내내 펼쳤는데, 이에 김경재 후보는 "부정선거 문제에 100% 동감하고 연대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부당하며,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토론 없는 토론"…김동연·조원진 빠져 '맹탕' 지적도

연합뉴스

이날 토론은 두 차례에 걸쳐 후보들이 정해진 시간 동안 각자 자신의 정책 공약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후보가 8명이나 되는 탓에 자율토론을 진행할 경우 주도권 배분이나 시간 분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한 차례 정책공약 소개의 시간이 있음에도 같은 방식을 2번이나 반복한 탓에 토론회가 아닌 '합동 공약 발표회'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허경영 후보는 사회자가 2차례에 걸쳐 공약을 소개하라고 안내한 후 곧바로 마무리 발언을 해달라고 하자 "옆 사람하고 대화를 하면 안 되느냐", "토론인데도 대화가 안 되느냐"며 거듭 현안 토론을 제안했지만, 사회자는 "시간을 분배하기 위해서 그렇다"는 대답만 반복한 채 정해진 순서대로만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자 방송을 중계하는 지상파 3사 유튜브 채널 실시간 댓글 창에는 "토론 없는 토론이 토론이냐", "정책발표만 할 거면 왜 토론회라는 이름을 붙였느냐" 등의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한때 이른바 '빅4'로 불리는 주요 대선 후보들과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동연 후보와, 지난 대선 때부터 계속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하며 탄핵 무효와 빠른 사면을 주장해 온 조원진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 불참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 김 후보와, 국민의힘의 전신 새누리당 출신이자 3선 의원을 지낸 조 후보, 두 중량급 후보의 참여 불발은 아쉬움을 남겼다.
 
오준호 후보는 "국민이 주신 이 토론의 기회에 나오지 않은 김동연, 조원진 후보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아직도 본인이 장관이나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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