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레이더스' 감독 "토착민 비극 역사 끊어내고 싶었다"

2043년 배경 디스토피아 스릴러 '나이트 레이더스' 3월 3일 개봉
베를린이 택한 차세대 여성 시네아스트 다니스 고렛 감독 작품
"과오 되풀이 않으려면…현재 직시하고 맞서 싸워야 한단 믿음"

외화 '나이트 레이더스'의 다니스 고렛 감독. 베를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제공
서기 2043년, 새로운 전쟁을 일으켜 대제국을 세우려는 국가 에머슨은 아이들을 납치해 인간병기로 양성한다. 외딴 숲에서 칩거하던 니스카(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도 결국 사랑하는 딸 와시즈(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를 빼앗긴다. 10개월 후, 예기치 못한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던 니스카는 딸을 되찾고자 국가 중심부를 습격하기로 한다.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선택한 차세대 여성 시네아스트 다니스 고렛 감독은 디스토피아 스릴러 '나이트 레이더스'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또 한번 베를린의 주목을 받았다.
 
고렛 감독은 현대 사회를 고찰하는 가장 예리한 시선을 바탕으로 토착민이 겪은 오랜 비극의 역사를 끊어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외화 '나이트 레이더스' 스틸컷. ㈜더쿱·하이, 스트레인저 제공
▷ '나이트 레이더스'의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다니스 고렛 감독(이하 다니스) : 
스크린에서 어떻게 토착민의 삶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제삼자로서 토착민의 이야기는 항상 '신기한' '민속적인' 혹은 '옛날'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져 왔으니까요. 분명 트럼프 정권이 시작되면서 극심해진 혐오와 차별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지만요.
 
그런데 때마침 영국 대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1979년에 발매한 음반 '벽'(The Wall)이 떠올랐고, 토착민의 이야기를 리얼리즘적으로 그려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저는 폭넓은 장르적 고민과 함께 본격적으로 첫 장편 시나리오를 작업했어요.

 
▷ '나이트 레이더스'의 장르로 SF, 스릴러, 미스터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니스 :
 북미 토착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토착민이 세대를 초월한 트라우마의 역사를 경험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역사를 잊는다면 지금뿐만 아니라 머지않은 미래에서도 과거의 비극을 반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비극을 끊어내려면 누구나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영화감독으로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장르를 고민했어요.
 
무엇보다 제 마음 한편에는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사라져가는 유산을 지키려면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는 믿음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죠. 다행히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은 제가 2013년에 연출한 SF 판타지 단편 '웨이크닝'에 있었어요.
 
'웨이크닝'을 만들 당시, 역사적 사건에 얽힌 보편적 감정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르에 담아냈더니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걸 목격했죠. 그 후로 SF·판타지와 같은 장르는 현실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두려운 사람마저 목소리를 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어요.

 
외화 '나이트 레이더스' 스틸컷. ㈜더쿱·하이, 스트레인저 제공
▷ 타이카 와이티티가 '나이트 레이더스'에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계기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주세요.
 
다니스 : 
2018년 10월, 타이카 와이티티에게 이메일을 보냈어요. 사실 타이카 와이티티를 알고 지낸 지는 15년이 넘었어요. 선댄스영화제 필름메이커 랩에서 그를 처음 만났고, 이후 몇 년 동안 여러 영화 관련 행사에서 계속 만났죠.
 
세계관 구축, 캐릭터 디벨롭 등 전반적인 작업에 지금까지 고민했던 방향성을 확실하게 반영하고 싶었던 저로서는 마오리족 혈통을 이어받았을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토착민의 역사를 잘 이해하고 있는 타이카 와이티티와 함께 작업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타이카 와이티티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하면서 참여 의사를 물었고, 그에게서 "뭐든 다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캐나다와 뉴질랜드의 토착민이 공동 제작하는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됐죠.

 
외화 '나이트 레이더스' 스틸컷. ㈜더쿱·하이, 스트레인저 제공
▷ '나이트 레이더스'가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다니스 :
 '나이트 레이더스'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역사적 진실 혹은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맞서 싸울 수 있는 진정한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만들었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극 중 인물들이 상대방과의 관계성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목소리를 내고 맡은 역할을 해내요.
 
특히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인물도 나이가 더 많다고 해서 젊은이들을 무시하지 않고 그들만의 방식에 신뢰를 보낸다는 거예요. 이런 게 진정한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이트 레이더스'를 통해 많은 사람이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관계 역학도 고려하면서도, 미래를 이끌 세대만의 방식도 존중할 줄 알았으면 해요.

외화 '나이트 레이더스' 메인 포스터. ㈜더쿱·하이, 스트레인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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