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촌 시각만큼 먼 간극' 심석희는 제일 먼저, 최민정은 밤 늦게

동료에 대한 욕설과 비방 논란이 일었던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심석희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스포츠공정위원회(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심석희의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박종민 기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소집된 2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특히 대표팀 동료들에 대한 욕설과 비방 파문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징계를 받았던 심석희(24·서울시청)가 대표 자격 정지가 풀려 복귀해 관심을 모았다.

심석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대표팀 A 코치와 나눈 사적인 메시지가 지난해 10월 모 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최민정(성남시청), 김아랑(고양시청) 등 동료들에 대해 욕설과 비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심석희는 최민정과 고의로 충돌해 넘어뜨리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도 A 코치와 주고받았다. 실제로 평창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서 최민정은 심석희와 부딪혀 넘어져 메달이 무산됐다. 최민정은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지만 연맹은 증거 불충분 결론을 내렸다.

이날 선수촌 앞에서는 일부 팬들이 심석희의 대표팀 복귀를 반대하는 트럭 시위가 이어졌다. 트럭 시위를 주도한 팬은 CBS노컷뉴스에 "고의 충돌, 거짓 진술 등에 대한 사실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베일에 싸인 내용도 명확하게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에 시위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날 최민정의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심석희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냈다. "최민정은 특정 선수와 훈련하려고 진천선수촌에 입촌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특정 선수와 훈련 이외에 장소에서 접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내용이다. 특정 선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심석희와 껄끄러운 관계임이 분명한 자료다.

이런 관심과 주목 때문인지 심석희는 당초 이날 저녁 예정된 소집임에도 일찌감치 선수촌으로 왔다.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 중 가장 먼저 입촌했다. 이후 이유빈(연세대), 서휘민(고려대) 등 선수들이 선수촌으로 들어왔고, 최민정은 밤 늦게 합류했다.

진천선수촌. 김조휘 기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날 소집돼 3일부터 훈련에 돌입한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를 대비한다.

대표팀은 지난달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값진 성과를 거뒀다. 심석희 파문과 김지유(경기 일반)의 부상 변수가 생긴 여자팀은 물론 남자팀도 임효준의 중국 귀화로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에도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수확하며 종목 종합 1위를 차지, 쇼트트랙 강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여자팀은 최민정이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로 가장 많은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아랑, 이유빈, 서휘민과 함께 출전한 3000m 계주 경기에서도 은빛 레이스를 펼치며 최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준비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복귀한 심석희와 최민정의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모양새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지난해 5월 국가대표 선발전 1, 2위를 차지했다. 500m, 1000m, 1500m 등 개인전과 계주 출전 자격이 있다. 계주는 선수들 간의 호흡이 중요한 만큼 주축 선수들의 갈등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김아랑의 대회 출전도 불투명하다. 김아랑은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아 오는 8일까지 일주일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대표팀이 13일 출국하는 만큼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 김아랑 대신 박지윤(한국체대)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각종 악재에도 베이징올림픽에서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다시 큰 변수를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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