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사흘 만에 2차 회담…시작 전부터 '기싸움' 돌입

벨라루스 외무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자국 등 3국의 국기가 걸린 2차 회담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벨라루스 외무부 제공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차 회담 사흘 만인 3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서남부에서 만나 2차 회담을 벌인다. 5시간 동안 이어진 1차 회담에서 양국이 상당한 입장차를 보인 만큼 이번 회담에서도 러시아군의 철군 등을 두고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저녁 벨라루스 회담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했다"며 "그들은 내일(3일) 아침에야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차 회담 장소는 폴란드와 접경한 벨라루스 서남부 브레스트주(州)의 '벨라베슈 숲'으로 이곳은 옛 소련 지도부의 별장이 있던 곳이다.

특히 1991년 12월 8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 레오니트 크라프축 우크라이나 공화국 대통령, 스타니슬라프 슈슈케비치 벨라루스 공화국 최고회의(의회) 의장 등 3개 소련 구성 공화국 정상이 모여 소련을 해체하고 '독립국가 연합'(CIS)을 창설하는 협정을 맺은 곳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회담장 도착에 앞서 러시아 측의 압박에 불만을 표하며 기싸움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장인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상대방(우크라이나)이 테이블에 앉지 않은 채 협상이 열릴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대화의 진정한 시작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에 포함된 집권당 '국민의종' 다비드 하라하미야 당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회담에 나설 것이지만 알려진 장소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자세한 사항은 나중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양국은 지난 28일 열린 첫번째 회담을 앞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러시아 측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를 회담장으로 제시했고, 우크라이나는 폴란드 등 인근 국가 수도를 역제안했다. 결국 양국은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 인근의 벨라루스 고멜 주(州)에서 만났다.  

당시 러시아 측은 하루 전인 27일 먼저 회담장에 도착해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오기를 기다렸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러시아 측의 공격을 우려해 바로 벨라루스로 향하지 않고 폴란드를 거쳐 회담장에 도착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 만에 만난 양국은 당시 5시간의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양측의 자세한 요구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입장차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합의가 가능한 의제를 확인하고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러시아 측에 즉각적인 적대행위의 중지와 돈바스·크름(크림)반도를 포함한 자국 영토에서의 러시아군의 철군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반면 러시아 측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공화국과 루한스크(루간스크)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동맹 비가입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름반도 철군 요구에 대해서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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