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부실선거와 부정선거는 다르다지만…선관위가 초래한 후폭풍

소쿠리와 쇼핑백 투표함을 두고 K방역 자랑이라니
선관위의 무능과 안이함이 빚은 참사
부실선거로 부정선거 그림자 드리우는 선관위
본투표에서 재연된다면 '공정선거'는 끝장
선관위가 대선 변수가 되는 일은 없어야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 연합뉴스
소쿠리와 쇼핑백, 비닐봉지가 등장했다. 21세기 대한민국 선거에서다. 확진자와 격리자가 뒤섞여 줄을 섰다. 이게 자랑스럽다는 K방역의 수준인지 의심스럽다.
 
전국의 수많은 투표장은 코로나 확진자들이 투표장에 나오면서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과 안이함이 대참사를 빚었다. 확진자와 격리자를 위한 투표 준비는 애초에 없었다.
 
확진자 추이를 오판하고 대비를 게을리한 탓이다. 36.9%라는 높은 사전 투표율이 머쓱하다.
 
선관위는 당초 사전 투표장을 찾는 확진자가 20명 정도에 40분 이내에 투표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종합상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그러나, 막상 투표 당일 투표장마다 수백 여명이 몰렸고 한두 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예사였다.
 
투표한 확진자들은 자신의 기표지가 투표함이 아닌 소쿠리와 쇼핑백에 담겨 이동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자신의 표가 정상적으로 개봉될지 불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일부 투표장에서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에 이미 기표된 투표지가 제공되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이런 부실선거는 적어도 민주화 이후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 선관위는 반성할 줄 모르는 것 같다. 선관위원장은 상황이 심각한데도 출근을 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부실선거가 부정선거 의혹을 키운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투표 관리에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절대 부정선거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부실선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게 부정선거와 부실선거는 큰 차이가 없다.
 
한 점의 의혹이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직접투표와 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기본 정신은 무시됐다. 지금 선관위는 선량한 국민들에게까지 부정선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선관위의 무능과 기강해이가 자초한 일이다. 당장 이틀 뒤 있을 본투표에서 이런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기 어렵다.
 
만약 선거결과가 박빙으로 결정 날 경우, 불복의 빌미가 돼 정국에 대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선거는 승자나 패자 모두가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새로운 정권의 정통성과 정당성에 흠집이 생긴다.
 
선관위는 9일 본투표에서는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들은 일반 유권자가 퇴장한 뒤인 오후 6시부터 기표하고 직접 투표함에 용지를 넣도록 하겠다고 7일 발표했다.
 
선관위의 이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본투표에서 다시 혼란이 생긴다면 공정한 선거 원칙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노정희 선거관리위원장이 7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 관련 긴급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선관위는 지금 사전투표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는 7일에도 21만 명이 나오는 등 아직 정점을 모른 채 치솟고 있다.
 
본투표 당일에 투표권이 있는 확진자와 격리자가 12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백만 명이 넘는 유권자를 예상하지 못하고 대책이 없었다는 사실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선거관리를 책임진 노정희 선관위원장과 사무총장 등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선거 이후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가 대선의 변수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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