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위중증 환자 1천명대…병상 벌써 60% 차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모두 1007명으로 그 전날 대비 52명 늘었다. 위중증 환자 수가 1천명대를 기록한 건 델타 변이가 유행 중이던 올해 1월 3일 1015명 기록 후 64일 만이다.증가세도 가파르다. 지난달 28일 715명으로 오미크론 유행 후 첫 700명대를 기록한 후 닷새 만인 5일 896명을 기록했고, 다시 이틀 뒤인 7일 955명 그리고 8일 1007명으로 늘었다. 앞자리가 바뀌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셈이다.
위중증 환자를 수용할 병상도 빠르게 차고 있다. 8일 0시 기준 확보된 위중증 병상은 모두 2751개로 이중 1630개가 사용 중으로 가동률은 59.6%다. 1일 가동률이 48.3%(2744개 중 1324개 사용)였던 점을 고려하면 1주일 새 10% 오른 셈이다.
병상 가동률이 위중증 환자 증가율보다 1.6배 높은데 이는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외 기존 질환으로 중증 수준인 환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암이나 심장질환 등을 앓는 중환자가 코로나까지 감염됐을 때 그 자체로는 크게 위험하지 않아도 집중관리 등이 필요해 격리기간에는 위중증 병상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부 "병상 운영 효율화 시 2500명 감당"…대구 등 이미 80% 가동
방역당국은 병상 운영을 효율화하면 2500명까지 현 체계로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현 기준 예상 최대치인 27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중증 전 단계의 환자들이 입원하는 준-중증병상 여유분도 있는 만큼 필요 시 당겨 쓸 수 있고 가용 여부도 확인하고 있어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유행 후 2년 넘게 일하는 의료진들도 많은데 일부는 이제 일을 그만둬야 하는지 상황까지 몰렸고 대체할 인력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장을 너무 몰라서 하는 말이다. 웬만한 상급 종합병원이나 대형병원은 지금 하루하루가 위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가동 가능한 병상조차도 확보된 수치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감염으로 인한 의료진 이탈은 물론 현재 코로나 병상도 일반 환자 병상에서 끌어오는 상황으로 더 늘릴 여력 자체가 없다는 설명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위중증 환자 병상이 어디서 나오겠냐. 결국 일반 진료와 치료를 하던 병상에서 온 것이다. 40%가 지금 비어 있다고 하지만 완전 비워있을 지도 의문"이라며 "현장에서는 병상이 많이 부족하고 여유가 많다고 할 상황은 절대 아니"라고 지적했다.
위중증 예상보다 늘 수도…"방역조치 계속 완화해 유행 통제 실패"
이달 중순 무렵으로 예상되는 정점을 지나고도 대규모 확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여 위중증 환자수가 정부의 예상 수준보다 많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측한 선에서 그치더라도 이미 1천명 수준에서 한계에 임박했는데 2천명 이상을 안정적으로 관리 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교수는 "유행 초기부터 예상하듯 유행이 정점을 찍고 쭉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파미르 고원'처럼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유행이 길어지면 위중증 환자도 또 사망자도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정부가 방역을 완화하는 정책을 연속으로 내놓으며 유행을 통제하면서 희생자를 줄이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