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부동산 최우선 정책은…시장의 요구 들어보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산적한 부동산 문제와 마주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이 새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으로 꼽힐 만큼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혹평을 받은 만큼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를 바로잡는데 새 정부가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 개정이 필요한 제도는 거야(巨野)와의 협치로 풀어야겠지만 행정부 주도로 가능한 정책들은 집권 초기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요구다.
 
특히 올해 여름 새 임대차법 시행 2년 맞아 임대 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만큼 법 개정 없이 가능한 보완 조치들을 시급하게 마련해 최근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 받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대시장, 다시 불안 가능성…"법 개정 전 가능한 보완책 고민해야"

 
박종민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집값과 전세값이 최근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임대차 시장 불안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20년 7월 말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값이 폭등한 가운데, 당시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시세대로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물건들이 올해 신규 계약되면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시세 수준으로 올리며 임대시장이 다시 불안해 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과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의 임대료 격차가 2배까지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 등 시장혼란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임대 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차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다만 법 개정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우병탁 부동산팀장은 "새 임대차법이 급하게 시행되는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 등 시장 혼란이 빚어졌던 만큼 제도가 보완되더라도 다양한 의견 수렴과 검토를 통해 차근차근 진행될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해도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유명무실한 분쟁위원회에 조정 권한을 강화하는 등 현재 드러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보완 조치는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제 정상화, 선결 과제…실수요자 부담 줄이고 시장 정상화 꾀해야

 
이한형 기자
부동산 세금 정상화 방안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장기적인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세금 제도 전면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대폭 강화한 가운데 공시가격까지 크게 올렸고 이에 다주택자는 물론 실수요자인 1주택자까지 세금 부담이 급등했다. 보유세 인상에 이어 문재인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최고 75%까지 강화해 이들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며 매물 잠김만 낳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가 사람들의 수용성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한 것은 사실인 만큼 보유세와 거래세간 균형을 잡아줄 필요가 있다"며 "(윤 당선인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해 부동산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한다고 약속한 만큼 이렇게 세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들이 안배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일시적 완화를 통해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이를 계기로 가격 안정화 기조를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일시적 배제는 세법 개정 없이 대통령령 변경으로 가능한 부분이 있다.
 
우병탁 팀장은 "양도세 중과 완화는 원칙적으로는 법 개정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맞지만 법률에 의해 대통령령으로 위임되는 부분이 있어 행정부 범위 내에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당선인은) 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최대 2년 간 한시적으로 배제한다고 했는데 기간이 좀 길어 보인다"며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긴 했지만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더 빨리 처분할수록 더 유리한 방향으로 중과 배제를 하게 되면 다주택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매물을 내놓고, 이를 통해 주택 시장의 안정 기조가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제언했다.
 
종부세를 장기적으로 재산세에 편입하는 등 윤 당선인이 약속한 부동산 세제 개편을 위한 밑 작업도 정권 초기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조언이 지배적이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경인여대 서진형 교수는 "조세 제도는 '핀셋' 규제 완화로는 한계가 있다"며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추겠다는 로드맵에 따라서 집권 초기에 세제를 개선 작업에 착수해야만 임기 내 개선된 조세 제도가 정착될 수 있고 이를 통한 부동산 시장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급 정책, 공급 총량에 매몰되지 않되 로드맵 세워 시장에 시그널 줘야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정책도 집권 초기 고민해야 할 선결 과제로 꼽혔다. 다만 공급량에 매몰되기보다 장기적으로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줘서 문재인 정부 후반에 나타난 '패닉바잉'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서진형 교수는 "공급 대책은 단기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이 많지 않지만 연도별로 수요자를 예측하고 공급 계획에 대한 로드맵 만들어서 공급 시그널을 주택 구매 수요자들에게 줘야만 시장 가격이 안정화 된다"며 "이런 공급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은 집권 초기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도 "정부가 주택 공급 총량에 매몰되면 서울 도심 등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곳보다 외곽이나 지방 등 주택 공급이 쉬운 곳에 공급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규제 완화도 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못한 실수요자 일수록 주택을 매수할 때 대출이 필수적이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일률적인 대출 규제가 적용되어왔다"며 "가계 대출 규모가 종전보다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이 보수적으로 실행된 점을 감안하면 상환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를 상대로 대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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