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오후 12시 30분부터 2시간 20여 분 동안 안 대표와 배석자 없이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앞서 윤 당선인이 인수위 구성 단계부터 안 대표와 논의를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에 이날 회동 결과가 주목됐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인사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안 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 전반에 대해 서로 의견교환을 했다. 굉장히 많은 부분에 대해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회동 뒤 "(인사 관련) 교감은 하지 않았겠나"라며 "구체적인 이름과 명단을 갖고 대화를 나누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이 안 대표에게 인수위원장직을 제안할 거라는 관측이 많았던 만큼, 안 대표가 이 자리에서 제안을 거절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한 검찰 출신 인사는 "차기 대권을 생각하는 안 대표 입장에서 인수위원장이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안 대표가 무언가 구체적으로 요구했다면 당선인이 기꺼이 그 부분을 들어줬을 것"이라며 "공동 정부를 약속한 입장에서 윤 당선인은 안 후보를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예 반대로 양측이 '공식' 회동을 한 것, 주말까지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핵심 인선을 마무리할 것이란 장제원 비서실장의 발표 등을 고려했을 때 이미 안 대표가 인수위원장을 하기로 얘기가 된 상황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사람이 코로나19 문제로 굳이 오찬자리를 당 사무실로 바꿔가면서까지 만난 것은 인수위원장 자리와 관련해 어느 정도 협의가 됐기 때문"이라며 "선거 이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인사를 논했다고 밝히기도 부적절하니, 두 사람은 이미 얘기가 된 선에서 큰 틀의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 대표가 인수위원장직을 맡느냐 여부가 윤 당선인과의 교감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는 아니라는 게 국민의힘 안팎의 공통적 설명이다. 향후 국무총리 등 내각 인선까지 고려해 안 대표가 인수위원장을 맡지 않고 총리로 지명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병준 전 위원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인수위원장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안 대표는 후보단일화 기자회견에서 "행정경험이 없다"는 점을 아쉽게 여긴다며 입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인수위는 외교안보, 정무사법행정, 경제1, 경제2, 사회복지문화 등 총 7개 분과로 이뤄지고, 당선인 직속 국민통합특위와 코로나 대응과 청와대개혁 전담팀이 별도로 꾸려질 예정이다. 당선인 측은 "인수위 구성에 보통 2주 정도 소요되지만, '슬림하고 속도감 있는 실용 선대위'를 지향하며 인수위 출범을 더 앞당긴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