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보고서' 성남시장 비서실에 갖다 줘"…세 번째 증언

대장동 14차 공판
'李한테 대장동 분리 개발 방침 받아왔다'는 증언 복수로 나와
김민걸 회계사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보다 더 많은 이익 생길 수 있다"
"집값 유동적이라 이익 예상할 수 없었다"는 李 주장과 배치

대장동 사건 핵심 증인 김민걸 회계사. 연합뉴스
14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공판에서 정민용 변호사가 사업 관련 보고서를 성남시장 비서실에 여러 번 전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대장동 사업에서 제1공단을 제외한다는 내용의 보고서 역시 비서실에 전달됐다고도 했다. 대장동 실무를 본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들 역시 이전 공판에서 같은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였다.

"대장동 보고서, 시장 비서실에 여러 번 갖다 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이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기획본부장과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14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민걸 회계사에게 "정 변호사가 2016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찾아가 대장동 사업에서 제1공단을 제외한다는 보고서에 서명을 받아온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회계사는 "당시 정민용 팀장이 보고서를 성남시장 비서실에 가져다준 일이 복수의 횟수로, 여러 번 있었다"며 "갖다 주고 온 거는 한 번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김 회계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대장동 사업 초기 전략사업실장을 맡은 인물로, '대장동 공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다만 김 회계사는 "정민용 피고인이 이재명 시장을 만나 결재받은 것을 기억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이재명 시장을 뵙고 결재 받았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시장 비서실에 사업 보고서를 직보한 경위 등을 묻는 질문에도 "복수 횟수로 보고한 사실만 알았고, 어떤 것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 회계사의 증언은 이 전 후보로부터 제1공단 분리개발 승인 결재를 받았다는 전직 성남도공 직원들의 이전 증언과도 맥이 닿는다. 성남도공 전략사업팀에 근무한 이모씨는 지난달 14일 "(정민용 변호사가) 성남시장 비서실에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성남도공 현직팀장인 한모씨도 "이재명 시장의 (분리개발) 방침을 받아왔다는 것이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한 바 있다.

검찰이 이처럼 대장동 개발에서 제1공단의 분리개발을 묻는 이유는 이 전 지사의 공약 때문이다. 경기 성남 신흥동에 있는 제1공단은 이 전 지사가 대장동 사업에서 이익을 환수해 공원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곳이다. 당초 이 전 지사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제1공단의 전면 공원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2016년 1월 계획을 바꿔 분리 개발을 결정했다.

검찰은 이같은 결정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신속하게 하려는 화천대유 측 의도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이 전 후보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선거대책위 부실장과 유 전 본부장 등 '성남시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고도 보고 있다.

이익 불확실했다는 李…성남도공 직원은 "더 많은 이익 예상"

연합뉴스
대장동 사업 초기 전략사업실장이었던 김민걸 회계사는 이날 공판에서 '용역 결과보다 더 많은 이익이 날 거라고 예상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그는 검찰이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의 (대장동 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2000억원보다 실제 훨씬 더 많은 수익이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느냐'고 묻자 "용역 결과보다는 더 많은 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고 답했다.

검찰은 김 회계사가 참석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성남도공 회의록인 2015년 2월자 '공모지침서 확정 관련 회의록'을 제시했다. 회의록에는 김 회계사가 회의에서 "대장동 개발을 통해 1천억원가량 수익이 남는다면"이라고 가정하면서 "(수익) 일정 부분을 가져와 공공사업에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기록돼 있다.

검찰이 "이렇게 말한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물었지만 김 회계사는 "저 말에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김 회계사는 당시 회의에 대해 "임대주택 부지를 현물로 수령하는 외에 다른 방안을 고려해보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 전 후보 측은 대장동 개발 당시에는 부동산 가격을 예상할 수 없었던 탓에 많은 이익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 전 후보는 지난해 10월 12일 긴급기자회견에서 "2018년부터 시작된 집값 폭등으로 사업자의 예정이익이기 때문에 불확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막대한 수익이 남는다'고 한 김 회계사의 증언은 이와는 배치된다.

대장동 사업의 공모지침서는 예상보다 많은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공사는 확정된 액수만을 가져가도록 작성돼 김만배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 민간 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장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2015년 2월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최대 주주인 성남도공의 이익은 1800억여원으로 고정돼 있다.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빠진 탓에 성남도공은 확정이익 1800억원 이상의 택지개발이익을 챙길 수 없었다. 민간사업자들이 챙긴 택지개발이익은 359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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