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군사안보 시스템 50일만에 이전?…軍, 당분간 어수선한 동거[영상]

인수위 제공
결국 용산으로 결정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현 국방부 청사를 바로 옆 합동참모본부로 옮기고,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기기로 했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5월 10일까지는 꼭 50일 남았다. 이 기간안에 대한민국의 핵심 군사안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전면 재배치해야한다.

윤 당선인이 직접 발표한 계획은 국방부를 합참 청사로 옮기고, 합참은 추후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옮기며, 합참에 다 들어가지 못하는 부서와 직할부대 등은 다른 곳에 분산해서 배치한다는 쪽이다.

대통령실 앞에는 반환받는 미군기지 부지를 활용해 시민공원으로 만들고 여기에서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관은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활용해 출퇴근한다.

국방부, 이전하는 동안 어수선하게 합참과 동거…한미연합훈련 준비는?

국방부가 합참으로 옮기게 됨에 따라 합참은 차후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옮길 전망이다. 이 곳엔 B-1 벙커가 있는데 평시엔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하며, 전시엔 군 수뇌부가 옮겨 가 전쟁을 지휘한다.

전·평시 지휘소가 다르기 때문에 합참이 B-1으로 옮겨야 맞다는 이야기 자체는 그전부터 나오던 말이다. 문제는 합참이 작전지휘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합참은 3군이 모두 모여 군사전략을 수립하고, 전력 도입과 관련된 소요결정 등도 진행하는 등 중요한 군사보좌 업무를 수행한다.

윤 당선인은 "합참 청사는 한미연합사령부와 함께 건물을 사용하도록 건립됐고,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해 공간의 여유가 생겨 국방부가 합참 청사로 이전하는데 큰 제한은 없다"고 했는데, 이 건물로 국방부가 옮겨가면 실제로는 그 동안 업무에 혼란이 초래될 것이 뻔하다. 합참이 하는 군사보좌 업무도 국방부 차원에서 업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8일 인수위원들을 맞은 자리에서 "아파트처럼 사다리차를 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엘리베이터를 통해 짐을 옮겨야 하고, 입구는 아까 들어온 그 곳(중앙 현관)뿐이다"며 "업체에 물어보니 10개 층 사무실에서 24시간 내내 작업해도 20일 정도 걸려야 짐을 뺄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윤 당선인은 "합참을 바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현 청사)를 일단 쓰고, 제대로 만들어서 아주 효과적이고 쾌적한 여건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서 보낸다는 것"이라며 "합참이 전평시 일괄된 작전지휘를 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순차적으로 잘 만들어서 보낼 생각이다"고 설명하긴 했다.

하지만 한미는 오는 4월 한미연합 지휘소훈련(CCPT)을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다. 이 방안대로라면 건물에 이사를 하면서, 동시에 작전계획 5015에 기초한 전쟁 시나리오를 가지고 연합훈련도 준비해야 하는 어수선한 상황이 되는 셈이다.

예비비 496억원이면 된다는데 과연 충분할까?

윤 당선인은 비용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며 예비비 496억원을 신청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엔 밀어내기식 이전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국방부를 합참 건물로 이전하는 데 118억원 정도가 소요되고, 대통령비서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데 리모델링과 경호용 방탄창 등 222억원, 경호처 이전 비용은 99억 9700만원,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이 25억원 정도로, 496억원 예비비를 신청할 예정이다"고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빠졌다. 청와대 지하엔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 벙커가 있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만들었는데 대통령이 군사안보 위협뿐만 아니라 자연재난(태풍·홍수·폭설 등), 인적재난(붕괴·폭발·화재·침몰 등) 등까지 한 번에 보고받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육·해·공군 작전사령부와 경찰청, 소방본부, 산림청 등 모든 정부기관들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정보를 바로바로 확인해 지시할 수 있는 상황실을 운영한다. 대통령의 '국가 재난상황 지휘'과 합참의 '전쟁 지휘'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국정운영을 하면서 이 상황실에 들어와야 할 때마다 윤 당선인이 용산 집무실에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로 가는 일은 앞뒤가 맞지 않으므로, 국방부 지하 벙커를 활용해야 한다.

이에 대해 대통령경호처장 임명이 유력시되는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퇴역 육군중장)은 "국방부 지하 벙커에 설치된 시설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보다 더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고, 같은 내용을 보고받으며 지휘할 수 있다"며 "오히려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좁은 편인데, 국방부 벙커는 훨씬 더 넓게 돼 있어 굳이 이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합참으로 이전하면서 이 곳에 다 들어가지 못하는 국방부 부서는 삼각지역 바로 앞에 있는 구청사 등으로 쪼개질 예정이다. 경호처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방부 시설본부는 전쟁기념관 뒤편에 현 국방대 서울캠퍼스가 있는 구 방위사업청 건물로 이전하며, 국방대 서울캠퍼스는 성남 국방전직교육원으로 이전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기존 입주기관(국방부) 이전 비용으로 118억 3500만원을 계산했는데 구체적으론 합참 리모델링비 26억원, 자산취득비 62억원, 운영이전비 30억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국방부 여러 부서와 직할부대들 연쇄 이동과 통신망 재설치 비용 등을 감안하면 그 정도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기재부가 했다는 보고 자체에 잘못된 내용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에 대해 김용현 전 본부장은 "처음엔 국방부에서 이전 비용을 250억원 정도로 계산했는데,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다시 검토해 본 결과 118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오히려 인수위에서도 '이걸 가지고 되겠느냐'고 했는데 기재부는 그렇게 계산했다. 만약 어려움이 있으면 예산을 더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118억 3500만원에는 추후 합참 청사를 남태령에 새로 지어 이전하는 비용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 비용을 떠나, 이렇게 부서가 쪼개지면 업무 효율이 내려가고 통신망을 새로 설치하는 동안은 업무 자체가 마비된다.

역대 합동참모의장을 지냈던 퇴역 장성 11명(김종환(15대)·최세창·이필섭·조영길·이남신·김종환(31대)·이상희·한민구·정승조·최윤희·이순진)은 인수위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국방전산망과 전시통신망, 한미 핫라인 등 주요 통신망은 제 역할을 못하게 되고 국방부와 다른 부대들이 재배치되면 C4I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며 "집무실로 국방부 청사를 사용하면 적에게 우리 정부와 군 지휘부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목표"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이 가운데 최세창·조영길·이상희·한민구 전 의장은 국방장관도 지냈는데, 노무현 정부 때 재임했던 조영길 전 장관을 제외하면 모두 보수정부에서 장관을 했다. 최세창·이필섭 전 의장은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여기에 가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본부장은 "우려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고, 나름 대책을 강구해서 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며 "전임 의장들도 '그렇게 한다면 문제가 없겠다, 잘 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추가 고도제한 없다, 비행금지구역 반경 2해리로 축소"…경찰 경비단 옮겨올 듯

윤 당선인은 국방부 청사를 이전하면서 근처 미군기지를 올해 6월까지 반환받으니 이를 용산공원으로 만들어 국민과 소통의 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원수의 경호뿐만 아니라 경비 역시 유사시 대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 관건이다. 현재 청와대 경비는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과 서울경찰청 101·202경비단이 책임지고 있다.

경비는 단순히 총을 들고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유사시 무장병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동원돼 국가원수를 지킬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현재 국방부 청사는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가 지키는데, 대대급 병력으로 국방부와 대통령실을 모두 지킬 수는 없다.

김용현 전 본부장은 "대통령실 경비를 군이 주도해서 맡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101·202경비단이 옮겨 온 뒤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와 협력하는 형태가 될 것 같다"며 "1경비단이라는 정예부대를 청와대 경비에만 투입하기는 아깝고, 군에서 잘 숙고해서 다른 임무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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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수위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추가적인 고도제한이나 주민 기본권 제한은 없다"며 "P73 비행금지구역은 반경 2해리(3.7km)로 축소해 한강 이남 기존 항로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CBS노컷뉴스를 비롯 여러 언론에서 보도했던 비행금지구역 확대, 그로 인한 민항기 항로 침범 가능성은 일단 일축된 셈이다. 현재도 용산 일대 여러 건물에 국방부 청사 방어를 위해 대공포가 설치돼 있는데, 인수위 측은 "주변 아파트에 추가적으로 방공포대를 설치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단 국가원수가 있는 곳의 대공 위협은 크게 항공기 자폭 테러, 미사일, 드론으로 나뉜다. 드론은 대공포와 전자장비로도 대부분 대처할 수 있지만 항공기 자폭 테러나 미사일을 막으려면 패트리엇 미사일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에는 크게 북악산과 우면산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당연히 청와대 위치를 고려해서다. 이 때문에 남산 등에 미사일을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며, 여러 군 관계자들도 경호와 경비를 이유로 결국엔 주둔 부대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김 전 본부장은 "패트리엇은 40km 반경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북악산과 우면산에 있는 포대로도 충분히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통령실을 지킬 수 있다"며 "포대를 추가로 이전해 올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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