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전 '단계적 추진론' 우세했지만…尹 '정면 돌파' 선택

'신중론' 우세에 고심 끝에 새벽 최종 결정
"시대적으로 달라진 대통령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핵심"
조만간 새 대통령실 구성에 대한 공식 TF 발족 예정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청와대 집무실의 용산 이전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밤, 윤석열 당선인에게 이날 밤은 깊은 고뇌의 시간이었다.

CBS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놓고 고심한 끝에 발표날인 20일 새벽에서야 최종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밤새 직접 자료를 챙기고 분석하며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고 인수위 관계자들은 전했다.

발표 전날까지도 6개월이든 1년이든 일단 청와대에 들어간 뒤 준비가 되면 용산으로 옮기자는 '단계적 추진론'이 우세했지만 윤 당선인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당선인이 '내가 불편한 것은 참아도 국민들이 불편한 것은 참지 못한다, 내가 편하고자 했다면 분리되고 높은 담 속에서 보호받는 청와대에 있었을 것'이라며 '내가 내려놓고 불편해야 국민들이 편안해진다, 나를 믿어달라, 잘하겠다"고 참모들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선인이 이번 발표를 앞두고 직접 준비를 많이 했다"며 "역대 대통령의 예에서 보듯이 제기되는 문제를 전부 고려하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과감히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정치적 논란이 되자 이 문제를 하루 빨리 매듭짓고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기 위해 당선인이 결단한 것으로 본다"며 "이제부터는 인수위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역대정부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된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소 옮기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시대적으로 달라진 대통령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핵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개한 조감도. 인수위 제공

이번 용산 이전 결정은 '제왕적 권위주의 정치의 종언', '새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대통령실'이라는 윤 당선인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광화문 이전 공약 발표 당시에도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를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기존의 청와대는 사라질 것이다. 조직 구조도 일하는 방식도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장소를 옮기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기존과 완전히 다른 대통령실을 만드는 것, 시대적으로 달라진 대통령실의 역할을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라며 "현재의 청와대 구조에서는 상명하복의 가짜 '궁궐놀이'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백악관처럼 수평적이고 '문고리가 없는' 구조여야 제대로 소통이 이뤄져 마음껏 일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도 "무엇보다 소수의 참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공간 구조로는 국가의 위기와 난제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대통령의 권위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어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국민을 제대로 섬기고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의 의지를 국민 여러분께서 헤아려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인수위는 조만간 새 대통령실 구성에 대한 공식 TF를 발족하고 대통령실의 업무와 구조, 방향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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