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그간 친정부 성향 논란과 부실수사 비판을 자초한 중앙지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당선으로 코너에 몰리자 본격적인 대기업 수사로 시선을 분산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전날부터 4차장 산하 공정거래조사부에 검사 4명을 추가 투입했다. 중앙지검은 이미 지난달에도 반부패강력부 검사 2명을 공조부에 파견했다. 이로써 공조부 규모는 부장검사 포함 총 15명으로 늘었다. 수사팀도 기존 2개팀에서 3개팀 체제로 개편했다. 공조부는 기업의 불공정 거래, 담합 등 사건을 전담한다.
몸집을 키운 공조부의 첫 타깃으로는 삼성웰스토리가 지목되고 있다. 삼성그룹 4개사(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가 급식 계열사인 웰스토리에 사내 급식을 몰아주는 등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6월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같은 일이 이뤄졌다며 삼성그룹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했다. 또 삼성전자 법인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실제로 공조부 확대는 중앙지검 내부에서도 과거부터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적체된 사건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공감대도 적잖다. 하지만 시기가 오해를 낳고 있다. 반년 넘게 별다른 수사도 않던 공조부가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 직후 기업 수사에 역량을 집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간 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강하게 비판해온 윤 당선인에게 중앙지검이 선제적으로 '코드 맞추기'를 자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대장동 의혹 사건에서 수사팀을 둘러싼 부실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자 중앙지검이 기업 수사로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중앙지검은 전담수사팀까지 꾸려 지난해부터 대장동 사건을 수사해왔지만, 핵심인 '윗선' 개입 의혹에는 한발짝도 다가가지 못한 반쪽짜리 성적표를 내놨다.
특히 확대·개편된 공조부가 전담수사팀 팀장인 김태훈(51·사법연수원 30기) 4차장검사 산하에 있다는 점도 이같은 '시선 돌리기' 의심을 짙게 만든다. 김 차장은 대장동 부실 수사 책임론의 장본인으로, 새정권 검찰 인사에서 경질성 교체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징계 실무를 담당한 것도 김 차장이다.
공조부 확대·개편을 승인한 이정수 중앙지검장은 그동안 친정부 성향 논란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윤 당선인 징계 국면 당시 총 20명의 일선 검사장 가운데 3명만 유일하게 반대 성명에 동참하지 않았는데, 이 지검장이 그중 1명이다. 한 검찰 간부는 "웰스토리 사건은 이미 고발이 접수된지 오랜 시간이 지난데다 내용을 봐도 수사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은데, 중앙지검이 느닷없이 공조부를 강화한 건 구성원으로서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