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들, 尹 지원 약속에 "구체성 떨어져…실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국회사진취재단
"실망스럽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문화예술인 지원 공약에 대한 문화예술현장의 평가다. 굳이 공약이라고 내세울 것도 없이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예술인 창작환경 개선과 직결되는 표현의 자유 보장 부분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윤석열 당선인은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예술인 간 양극화가 심하고 복지가 가장 필요한 저소득·청년예술인 복지가 미흡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를 위해 △안정적 문화예술 재원 마련 △저소득층 예술인 고용보험 지원 확대를 통한 예술인 사회안전망 확보를 약속했다.

그러나 재원 범위와 확보 수단에 대한 설명은 부재하다. 국가 전체예산 중 문화예산 비중이 1.5%대에 불과한 현실에서 재원 확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 없이 복지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술인 사회안전망 확대 부분도 단순히 '고용보험 지원을 늘리겠다'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적·단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예술인의 생활안정을 위해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고, 2020년 12월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가 시행됐다. 가입자 규모가 제도 시행 1년 만에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예술인 고용보험은 보편복지보다는 선별복지라는 측면이 강하다.

이동민 오롯예술환경연구소 소장은 "예술인이 4대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산재보험 적용이 안 되고, 초단시간(주 15시간 미만·월 60시간 미만) 계약이 많아 국민연금을 지속적으로 내갈 상황도 못 된다. 1년여 전부터 고용보험 대상이 됐지만 일반 직업군과 달리 예술 분야는 장르별 기준요율이 명확하지 않아 실업급여 수급도 용이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술인을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안에 두려면 예술인의 노동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한다는 목표 아래 전수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소장은 "예술인과 일반 직업군 간 간극을 파악한 후에는 이를 언제까지 얼마나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며 "특히 예술인이 국가기관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예술인 직업분류별 기준단가' 책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예술인 지원 공약에서 예술인 창작환경 개선과 직결되는 표현의 자유 보장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공약집을 보면 △예술인 과학기술·예술 융합활동 지원 및 재교육 △문화예술창작공간 조성 및 지원 △예술의 창작지속성을 감안해 다년간 지원 위주 전환 등 물리적인 지원에 치우쳐 있다.

예술인권리보장법 9월 25일 시행…블랙리스트 관련 언급 없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국회사진취재단
더욱이 9월 25일부터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시행된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이 계기가 됐다. 탄생 배경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법은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 보호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 신장과 지위 보장 △성평등한 예술환경 조성 등 세 가지를 축으로 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적폐 청산'을 문화예술공약 1호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는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비롯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과 진전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지만 문화예술현장은 창작환경에 있어 본질적인 구조 개혁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와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사태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윤 당선인은 문화예술 공약에서 이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안착하려면 문화예술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하위법령(시행령 시행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시행령은 의결기구인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를 설치하고 '예술인보호관'을 지정한 것이 핵심이다.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현장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전문가를 뽑아야 '검열위원회'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며 "공직자가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을 경우 과태료 부과나 재정지원 중단·배제의 수준을 넘어 형법상 처벌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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