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의 2022년 스트라이크 존 설명회가 열린 23일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 이날 KBO 허운 심판위원장이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기자단을 대상으로 올해 프로야구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방침을 밝히는 자리였다.
허 위원장의 첫 마디가 인상적이었다. "스트라이크 존의 정상화"였다. 그동안 KBO 리그의 존에 문제가 있었다는 인식이 깔린 표현이다. 허 위원장은 "심판들끼리 수년 전부터 존에 문제가 있다고 복기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상하는 물론 좌우까지 존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허 위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스트라이크 존을 보면 점점 타이트해져서 많이 좁아졌다"면서 "야구 규칙에 나온 스트라이크 존의 정의대로 보겠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이 말한 스트라이크 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을 말한다. 스트라이크 존은 투구를 치려는 타자의 스탠스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허 위원장은 "상한선은 타자의 팔꿈치 정도가 된다"고 부연했다.
이날 허 위원장은 최근 경기 영상도 보여주며 "지난해까지는 볼이었던 공들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겠다"고 밝혔다. 단적으로 타자들의 무릎과 상한선, 또 홈 플레이트에 걸치는 공들이다.
존의 정상화 선언은 한국 야구의 위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로 정예 멤버가 나선 한국 야구는 도쿄올림픽에서 노 메달에 그쳤다. 국제 대회와 달리 좁은 KBO 리그의 존이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상대적으로 넓은 존에 타자들이 고전했다는 것. 허 위원장도 "존이 비슷해지면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도 선수들이 상당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KBO 리그 자체의 볼넷도 줄여 지루함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KBO 리그는 역대 최다인 5892개의 볼넷이 쏟아졌다. 역시 볼넷이 많았다는 지적을 받은 2020시즌보다 500개 이상 많았다. 허 위원장은 "야구가 치고 박고 해야 좋은 그림이 나오는데 투수들이 도망가니 경기가 늘어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허 위원장은 심판들의 애환도 들려줬다. 판정을 지적하는 기사 등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허 위원장은 "기사에 민감하게 돼서 심판들이 위축된다"면서 "특히 구심은 복싱 선수가 링에 올라가는 기분으로 압박감에 전날부터 몸조리를 한다"고 귀띔했다.
심판도 사람이라는 것이다. 허 위원장은 "36년 전 김성한(전 KIA 감독)의 체크 스윙은 보였다"면서 "그러나 현재 타자들의 체크 스윙은 안 보인다"고 털어놨다. "타자들의 힘과 스피드가 좋아졌고, 특히 검은 방망이면 스윙이 됐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떠나는 심판들도 있다. 허 위원장은 "생업이고 은퇴할 때까지 하는 게 목적이지만 평가가 나쁘게 나오면 못 견뎌서 중간에 그만두는 심판도 15명 이상 된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팬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허 위원장은 "중계 방송 화면에 나오는 투구 궤적 PTS의 스트라이크 존 분석도 규칙에 100% 맞는 것은 아니다"면서 "타자가 타격하는 순간 웅크리기 때문에 높이가 달라지고, 선수들의 신장도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활한 경기 운영에 힘쓸 심판의 판정을 믿어달라"고 부탁했다.
중계 방송사와도 협의한 부분이다. 허 위원장은 "달라진 존과 관련해 방송사에도 당연히 요청했다"면서 "심판이 죽어 가고 있는데 KBO도 방송사와 협의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달라진 존에 따라 시범 경기에서 볼넷이 줄었다. 22일까지 38경기 평균 볼넷은 6.13개로 지난해 35경기 기준 8.03개보다 2개 정도 적었다. 경기 시간도 6분 정도 줄었다.
허 위원장은 "예년보다 경기 내용과 질이 활발해지고 좋아지지 않았나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규 시즌에도 같은 존을 적용할 것"이라면서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언론에서도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