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존재감' 정의당…경기도지사 후보 고심

정의당 여영국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의당은 위기에 몰려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난 '2% 존재감'은 정의당을 압박하고 있다. 수습할 틈도 없이 지방선거와 경기도지사 선거 레이스까지 시작됐다.

하지만 거대 양당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다, 진보진영 대선 패배의 일부 책임론까지 짊어진 상황. 정의당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전·현직 도당 위원장 경쟁? 황순식·송치용 압축

황순식 경기도당 위원장. 정의당 홈페이지 갈무리

25일 정의당에 따르면 현재 정의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황순식(46) 경기도당 위원장과 송치용(59) 경기도의원이 거론된다.

황순식 도당 위원장은 정의당의 '공식 카드'다. 현재까지 유일하게 당에 출마 의사를 밝혔기 때문. 과천시의장 등을 역임한 그는 2020년부터 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황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기도지사 선거는 대선 이후 치러지는 아주 핵심적인 선거"라며 "경기도민들께 진보정당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송치용 경기도의원. 정의당 홈페이지 갈무리

또 다른 후보는 도당 위원장 출신의 송치용 도의원이다. 그는 올해 초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복당에 불만을 표출하며 부대표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송 도의원은 "출마 의사가 있으며, 경기도지사로서 거창한 계획보다는 노동자의 삶이 더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현재 두 후보에게서 출마에 대한 '욕심'은 감지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선 다른 당원에게 후보직을 양보할 수도 있다는 입장. 송 의원은 "박원석, 김종대 전 의원 등 대중적으로 훨씬 널리 알려진 분들이 추대된다면 당연히 도울 것"이라고 했다.


대선 2% 성적표…"아직 대선 복기 중"


이처럼 후보들이 소극적인 이유는 실망스러운 대선 성적표 때문이다. 제20대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은 2.37%로, 지난 19대 대선(6.17%)보다 절반 이상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진보 진영의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자리를 내줬는데, 그 차이는 불과 0.73%p. 정의당이 민주당과 단일화를 했다면 '진땀승'을 노려볼 수도 있었다는 일부 지적이 뼈아프다.

그래서인지 정의당은 아직까지도 '대선 복기' 모드다. 반성과 탈피의 과정이 있어야 지방선거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아직 지방선거 준비 체제로 들어가지 않았다"며 "대선 결과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이며, 이달 말에 지방선거 후보자 공고가 나가면 그때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상 지방선거 체제로 바뀌더라도 정의당은 외연 확장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송 도의원은 "도지사 선거도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도민들께 더 많은 정의당 의원들을 경기도의회로 보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에도 대형 후보 난립…돌파구는?



정의당이 내부 수습에 신경쓰는 사이 경기지사 선거판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과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안민석·조정식 민주당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 굵직한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정의당으로서는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 지방선거를 통해 화려한 복귀를 할 수도, 몰락한 진보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10일 오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열린 20대 대통령선거 정의당 심상정 후보 선대위 해단식에서 심후보가 인사말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일각에선 대선에서 이루지 못한 민주당과의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의당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독자 승리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민주당 쪽 입장도 고려해야겠지만, 후보 단일화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정부 이야기도 줄곧 나왔으니 일부 지역을 정해 단일화를 한다면 대선 때 하지 못했던 연대가 가능할 수 있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당 정체성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의 스탠스만 고집할 게 아니라 대중의 요구를 수렴하며 당을 불려야 한다는 것.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개혁없는 정의당은 지방선거에서도 '2% 정당'에 그칠 것"이라며 "지금까지 지지해 온 40대마저 등을 돌린 상황이기 때문에 당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 문제로 민주당을 비판하고, 노동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정작 자신들 내부 문제는 막지 못했다"며 "우리는 맞고 남들은 다 틀리다는 생각을 버리고, 하나의 지향점을 갖되 보다 대중적인 시선을 갖고 당을 키워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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