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당구 女帝의 탄생 "20년 동안 큐를 놓은 적이 없다"

김가영이 28일 'SK렌터카 LPBA 월드챔피언십 2022' 결승에서 스롱 피아비를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PBA

'포켓볼 여제'에서 진정한 '당구 여제'로 거듭났다. 김가영(신한금융투자)이 프로당구 여자부(LPBA) 왕중왕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3쿠션 여제로 즉위했다.

김가영은 2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SK렌터카 LPBA 월드챔피언십 2022' 결승에서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를 눌렀다. 7전 4승제 세트제에서 4 대 1(11:7, 6:11, 11:5, 11:1, 11:1) 완승으로 우승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지난해 왕중왕전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었다. 김가영은 지난해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김세연(휴온스)에 막혔다.

무엇보다 천적 스롱에 그동안 당한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다. 김가영은 올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결승에서 스롱에 우승컵을 내줬다. 이후에도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지면서 절대 열세에 몰렸다.

특히 스롱이 올 시즌에만 2회 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탄 반면 김가영은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렸다. 2020-21시즌 NH농협카드 챔피언십과 왕중왕전인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올 시즌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까지 모두 결승에서 무릎을 꿇었다. 세계 포켓볼을 제패하며 여제로 군림했던 김가영이 아직은 당구 여제로 불리지 못한 이유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무대에서 김가영은 불운과 징크스를 시원하게 날렸다. 스롱에 대한 천적 관계를 털어낼 발판을 마련했고, 왕중왕전 우승으로 3쿠션도 정복했다. 포켓볼에 이어 3쿠션까지 명실상부한 당구 여제로 거듭났다.

김가영은 왕중왕전 우승 상금 7000만 원(랭킹 포인트 5만 점)을 더하며 올 시즌 누적 상금 1억 원을 돌파(1억620만 원), 시즌 상금 랭킹 1위로 올라섰다. 기존 1위 스롱은 준우승 상금 2000만 원(랭킹 포인트 2만5000점)을 더했으나 누적 상금 8940만 원으로 2위로 내려앉았다.

김가영이 28일 'SK렌터카 LPBA 월드챔피언십 2022' 결승에서 매서운 눈으로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


이날 김가영은 신들린 샷을 펼쳤다. 세트 스코어 1 대 1로 맞선 3세트 5 대 5에서 김가영은 스롱이 6이닝 연속 공타에 그친 사이 7점을 올리며 11 대 5로 균형을 무너뜨렸다. 4세트 김가영은 7이닝 만에 11 대 1로 이겨 승기를 잡았다.

5세트가 압권이었다. 김가영은 2 대 1로 앞선 3이닝에서 무려 9점을 몰아치며 단숨에 우승을 확정했다. 뒤돌리기와 앞돌리기, 옆돌리기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2점짜리 뱅크샷 1개 없이 이뤄낸 하이런이었다.

경기 후 김가영은 "너무 행복하고 좋고 어제 어떻게 결승전에 임해야 될지 굉장히 불안했는데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김가영은 전날 '당구 얼짱' 차유람(웰컴저축은행)과 4강전에서 3시간이 넘는 접전 끝에 어려운 승리를 거뒀다.

김가영은 우승 비결에 대해 "실력을 경기에서 100% 발휘하려면 멘털이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면서 "훈련에서 좋지 않아도 경기에서 좋은 경기를 하면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외에 내 강점은 꾸준함"이라면서 "20여 년 동안 당구를 꾸준하게 쳐왔고, 올 시즌을 진행하는 동안 이틀 이상 쉰 적이 없고 일이 있고 스케줄이 있어도 큐는 늘 잡고 있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포켓볼부터 3쿠션까지 최정상에 오른 김가영. 진정한 당구 여제로 등극한 김가영의 비결은 꾸준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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