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靑 경제수석, '산업부 블랙리스트' 당시 총괄 위치

박원주 현 청와대 경제수석. 연합뉴스
현직 청와대 수석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급 간부 시절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를 종용한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주도한 정황이 파악됐다. 최근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한 검찰 수사 선상에 현직 청와대 수석마저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7~2018년 산하 기관장들을 상대로 한 산업부의 사퇴 처리 과정은 당시 에너지자원실이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 에너지자원실장은 박원주 현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다. 에너지자원실 아래에는 국장급인 에너지산업정책관과 에너지자원정책관이 있었는데, 이들 2명의 정책관들이 사퇴 작업 실무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A에너지산업정책관은 2017년 9월 2일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4곳의 사장들을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 차례로 불러 사표를 내도록 종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전직 발전 자회사 사장은 CBS와 통화에서 "사직서를 받아야 되는 걸로 정부 입장이 정해졌으니 추후 별도 연락이 가면 사표를 제출해달라고 그랬다"며 A정책관과의 면담 자리를 기억했다. 당시 발전 자회사 4곳의 사장들은 모두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었지만, A정책관을 만난 이후 일제히 사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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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에너지자원정책관은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 업무라인에 있던 산하 기관장들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압박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한다. 우선 B정책관 전임자가 2017년 11월 13일 '해외자원개발사업 실태조사'라는 과제명의 긴급연구용역을 발주하며 MB 정부 자원외교를 정조준했다. 산업부는 당시 입찰 공고문에서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의 추진 현황 점검·문제점 도출'을 주요 과제내용으로 기재했다. 연구기간은 2018년 6월까지였다.

B정책관은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석달쯤 지난 2018년 2월 에너지자원정책관으로 발탁됐다. 당시 산업부는 '해외자원개발 혁신 TF'를 구성해 MB 정부 자원외교 사업의 자체 실태조사도 진행했는데, B정책관은 당시 TF에서 간사를 맡았다. 산업부는 연구용역이 종료될 즈음인 2018년 5월 29일에는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대검찰청에 수사까지 의뢰했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안돼 △무역보험공사 △지역난방공사 △에너지공단 △광물자원공단 등 4개 산하 기관 사장들이 줄줄이 사표를 제출했다. 모두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9개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중 한 사장은 "MB 정부에서 추진한 자원외교를 적폐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감사와 조사에서 모자라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한다길래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깨끗하게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총 8명의 기관장 사퇴로 교체 작업이 일단락된 이후 A정책관은 미국 공사참사관으로 발령받았다. B정책관은 승진을 거듭하다가 지난해 산업부 차관직에 올랐다. 두 사람을 총괄하는 위치였던 박원주 에너지자원실장(現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관장들이 사퇴하고 약 3개월 만인 2018년 9월 제26대 특허청장으로 영전했다.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에는 지난해 11월 임명됐다. 산업부 출신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은 건 기획재정부와 산업부를 모두 거친 한덕수 전 총리를 제외하면 박 수석이 처음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무원 조직에서 소위 블랙리스트라고 부르는 사퇴 종용은 국장급이 단독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며 "실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는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B정책관은 사퇴 종용 의혹을 묻는 CBS의 문자메시지에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장했다. 박 수석과 A정책관은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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