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변이 출현 가능성 높다는데…'스텔스 오미크론' 이후는?

정은경 "대규모 유행 진행 중 한국, 변이 나올 가능성 굉장히 높아"
中 우한 이후 알파·베타·델타·오미크론…"경험칙 상 곧 출현할 것"
보통 감염자 많은 국가서 변이 발생…"독성 약해진다는 보장 없어"
델타와 오미크론 혼합된 '델타크론'…"아직 데이터 충분치 않아"

황진환 기자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하위계통으로 일명 '스텔스 오미크론이라 불리는 BA.2가 국내 우세종이 된 가운데 향후 방역 상황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히는 것은 '또다른 변이'의 출현이다. 오미크론 정점이 지나면 코로나19 유행이 어느 정도 잦아들리란 기대가 만연해 있지만, 전문가들은 BA.2가 '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 확진자가 지난 17일 62만여 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완만한 감소세로 접어들었음에도 쉽사리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방역당국도 오미크론의 다음 주자인 '파이'(pi)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변이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BA.2, 원조 오미크론(BA.1) 밀어냈지만…'끝' 아닐 가능성 높아

3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우세종을 차지하고 있는 변이는 BA.2다. 이달 4째 주(20~26일) 기준 BA.2의 국내감염 검출률은 56.3%로 파악됐다. 오미크론 '원조' 격에 해당하는 BA.1이 올 1월 셋째 주 델타를 밀어낸 지 약 두 달 만이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4.9% 수준에 그쳤던 BA.2는 같은 달 4주차에 10.3%로 올랐고, 이달 둘째 주 26.3%→셋째 주 41.4% 등 급속도로 점유율을 높였다. 1월 말 해외유입을 제외한 국내 감염사례가 10건도 채 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무서운 확산세다. BA.2는 BA.1에 비해 전파력이 30% 가량 더 높은 반면 중증도나 백신 회피력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형제관계'인 두 변이가 유행을 쌍끌이하고 있는 한국은 BA.2라는 복병을 뒤늦게 만난 해외 국가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BA.2로 인해 국내 유행의 '꼬리'가 더 길어질 수는 있어도, 전면적인 재유행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BA.1과 BA.2의 확산시기가 한데 겹쳐있는 탓이다.
 
문제는 BA.2 '이후' 완전히 새로운 변이가 바통을 넘겨받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황진환 기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WHO(세계보건기구)가 새로운 변이에 대한 정보 등을 개정했는데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가 재조합된 '델타크론' 등이 보고되고 있고, 유럽에서도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BA.1, BA.2라고 하는 오미크론 세부 변이도 재조합을 일으켜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큰 규모로 유행이 진행되고 있어서 이런 변이가 발생하거나 유입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새 변이에 대한 대응체계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델타크론'처럼 기존 변이가 재조합된 경우, 중증도나 백신 회피력 등은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내다봤다.
 

우한 이후 2년간 알파·베타·델타·오미크론…"한국서 변이 나올 수도"

황진환 기자
전문가들은 만 2년 2개월여 동안 진행된 코로나19 사태를 돌아볼 때 변이 출현은 거의 정해진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COVID-19)가 최초로 보고된 뒤 나온 주요 변이의 개수만 헤아려도 일종의 '주기'가 읽힌다는 지적이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초인 우한부터 알파, 베타, 델타, 오미크론 등 전세계적 유행을 일으킬 정도의 변이가 2년 동안 5번 생긴 거잖나"라며 "최소 6개월에 한 번씩은 (변이바이러스가) 나왔다"고 말했다.
 
가장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인 최신 변이들만 놓고 보면 델타 변이는 2021년 5월 WHO에 의해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로 지정됐고, 오미크론은 같은 해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직후 빠르게 퍼져나갔다. 델타는 작년 7월 초부터 12월까지 국내 4차 대유행을 주도했고, 12월 1일 첫 유입사례가 확인된 오미크론은 올 1월부터 확산세를 본격적으로 견인했다.
 
엄 교수는 "이 기준대로라면 이제 곧 (새로운 변이가) 생긴단 얘기"라고 밝혔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도 "(이 추세대로면) 오는 5~6월에 '파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찍고 내려가면 모든 게 끝나는 것처럼 정부가 프레임을 걸고 있는데 단단한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미크론을 대체해 팬데믹(pandemic)을 이끌 새 변이가 실제로 나올 경우, 그 진원지는 한국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 교수는 "알파가 시작된 영국을 비롯해 델타(인도)와 오미크론(남아공) 모두 모니터링이 어려울 정도로 확진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그 결과로 변이가 나온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큰 유행이 지속되다 보면 유전적 돌연변이가 계속 생길 수 있다. 그 중 유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강력한 변이가 나오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 또한 "환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면역저하자 등의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오래 살아있으면서 변형될 수 있다"며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전날 WHO의 주간 역학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80만 5132명으로 1주 전 대비 14% 줄었지만, 한국은 총 244만 2195명이 확진돼 4주 연속 최다치를 기록했다.
 

해외서 '델타크론' 보고 잇따라…전문가 "독성 약해진단 보장 없다"

연합뉴스
최근 국내·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신종 변이는 '델타크론'이다. 언뜻 델타의 높은 치명률과 오미크론의 가공할 전파력을 다 갖춘 변이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는 평가다.
 
델타크론이 올 1월 처음 보고된 곳은 동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공화국인데, 당시엔 잘못된 실험실 작업으로 인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월 미국 워싱턴DC 공중보건연구소의 과학자 스콧 은구옌이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 코로나바이러스 게놈 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던 중 올 초 프랑스에서 수집된 표본에서 델타와 오미크론이 혼합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파리 파스퇴르연구소의 학자들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샘플을 올리는 등 지난 10일 기준 프랑스 33건, 덴마크 8건, 독일 1건, 네덜란드 1건 등의 사례가 잇따라 보고된 상태다. 브라질과 태국 등에서도 델타크론이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에선 아직 델타크론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2일 파스퇴르연구소의 바이러스학자 에티엔 시몬-로리에르를 인용해 "완전히 새로운 걱정거리는 아니다(This is not a novel concern)"라고 전했다. 시몬-로리에르 박사는 델타크론 같은 '재조합' 변이는 매우 드물 뿐 아니라 핵심 부위인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가 오미크론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도 거론했다.
 
WHO 역시 현재로서는 델타크론이 다른 변이보다 감염력이 더 높다거나 중증을 유발할 위험이 더 크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연합뉴스
다만, 새 변이의 독성이 오미크론보다 더 약해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단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엄 교수는 새 변이가 나오더라도 독성은 강하지 않으리란 일각의 추측을 두고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알파·베타 다음의 델타는 치명률이 오히려 더 올라갔다. (오미크론) 다음에 나오는 바이러스가 치명률이 더 낮아진다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변이가 반복될수록 전파력이 높아지고 치명률이 낮아진다는 건 그야말로 '속설'이다. 바이러스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며 "델타크론도 위험성을 평가하기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델타크론처럼 재조합된 변이가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라며 방역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특히 국내에서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이 상당한 점을 들어 "지금처럼 아무 경계 없는 방역 완화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그나마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서는 국내에서 생기든 해외에서 유입되든 대응시간을 벌어줄 수 있지만, 지금 같으면 새로운 변이가 유행하기 시작할 때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오미크론에 의한 '엔데믹'(감염병의 토착화)이지만 그렇게 마무리될 상황은 전혀 아니라 보여진다"며 "분명 새로운 변이에 의한 위협이 여러 차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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