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6% 돌파…무주택자도, 영끌족도 '한숨'

30일 서울 시내 은행 모습. 연합뉴스
무주택 30대 직장인 A씨는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을 노리곤 있지만, 치솟는 대출금리에 "당첨이 되더라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최소 3억 원 넘게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외벌이인 A씨로서는 매달 원리금을 상환하면서 생활비와 아이 1명의 교육비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그는 "규제가 좀 풀려서 대출이 수월해진다고 해도 현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고려해 대략 계산했을 때 최소 150만 원 이상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연 6%를 넘어서면서 A씨와 같은 대출 수요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전환) 주담대 금리는 연 4.00~6.08%다. 지난해 10월 5%대로 들어선지 반년도 채 안 돼 6%대를 넘어선 것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4.17~6.08%였고,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의 금리 상단도 각각 5.93%, 5.842%로 6%에 근접했다. 주담대 금리가 6%를 넘어선 건 지난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만약 A씨가 3억 원의 주담대를 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연 5%의 금리를 적용해 받는다면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은 161만 원이다. 같은 방식으로 6%의 금리가 적용될 경우 내야 할 돈은 180만 원으로, 약 20만 원이 불어난다.
 
같은 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형 상품(신규 코픽스 기준)의 금리도 3.48~5.234%로, 상단이 작년 10월 말과 비교했을 때 0.5% 포인트 가량 뛰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을 마련한 이들 사이에서도 "답답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맞벌이인 30대 B씨 부부는 작년 초 수도권에 전세를 끼고 집을 마련했는데, 내년 입주를 앞두고 "차액이 얼마 안 되더라도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입주를 위해선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까지 더해 6억5천만 원 가량의 대출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매달 상환액이 B씨 한 사람의 월급 수준이어서 버틸 수 있을지 물음표라는 것이다. B씨는 "앞으로 집값마저 떨어지게 되면 대책이 없을 것 같아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했다.
 
박종민 기자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서도 A씨나 B씨와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투자보다는 대출 원금 조기 상환을 선순위로 고려하게 됐다는 글도 있는 반면, "(상환 부담을 줄여가기 위해) 가상화폐 투자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견도 교차하는 등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의 주담대 금리 상승 배경에 대해 "국고채 금리가 많이 올랐고, 이에 덩달아서 금융채 금리가 올라가다보니 그 영향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 후반대로 돌아가긴 했지만, 지난 28일엔 3%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 여파로 주담대 고정금리를 산정할 때 지표가 되는 금융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도 28일 덩달아 3.229%로 치솟으며 2014년 8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3%선을 돌파했다. 30일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3%대인 3.044%였다.

은행권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서 '빅스텝'(0.5% 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등 긴축 기조가 더욱 분명해지고 있고, 이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다른 채권 금리 상승을 견인하는 만큼 조만간 주담대 금리가 7%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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