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꽃대궐 진해는 별천지…"몽글몽글 꽃피면 내 마음도 펴요"

평일에다 날씨 흐려도 상춘객 몰려
상인들은 웃음꽃 폈으나 축제 취소 아쉬움
예전과 달리 코로나 감염 상대적 덜 걱정
코로나 대유행 정점 지났다는 평가 이유 등
창원시, 벚꽃 질 때까지 방문 자제 호소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이형탁 기자
코로나 전 매년 3~4월 벚꽃이 필 때면 전국에서 300만 명의 상춘객이 찾았던 경남 창원 진해.

코로나로 3년째 대표 축제 진해군항제가 취소됐어도 상춘객들은 하나 둘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3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평일인데도 명소 '로망스다리'에 전국에서 온 상춘객들로 북적북적했다. 날씨도 흐린 데다 바람도 많이 불어 '꽃비'가 떨어지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순간을 놓칠까 연신 셔터를 눌렀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40대 남성, 동아리 시간에 교사와 함께 벚꽃 구경을 나온 여중생들, 셀카봉을 들고 온 남녀 커플, 지긋이 나이가 든 중년 부부, 홀로 온 남녀들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한 군중이 1.2km 여좌천을 걸었다.

어린 자녀 둘을 데리고 나온 엄마 공현옥(36)씨는 "벚꽃 명소 스팟은 전국에 많지만 저는 벚꽃이 필 때면 진해 이곳에만 온다"며 "작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아기가 뱃속에 있었는데 지금은 벌써 생후 9개월이 됐다"고 말했다.
이형탁 기자
연분홍색 꽃망울을 보자 아이들도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막내 동생 돌 사진을 찍기 위해 부모 손을 잡고 이곳에 온 백예린(7)양은 "좋아요, 벚꽃, 예뻐요"라고 연신 외쳤다.

상춘객들의 차량 행렬도 끊이지 않았고, 그럴 수록 상인들은 웃음꽃이 폈다. 커피콩을 갈거나 꼬치를 굽거나 밥을 지으며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상인들은 다만 축제가 취소돼 대목을 놓쳤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6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59)씨는 "군항제가 열릴 것이라 내심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밤에라도 불을 켜줬으면 싶다"고 말했다.
진해 경화역. 이형탁 기자
저녁 또다른 명소 진해 경화역.

해가 지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상춘객들은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입고 벚꽃 감상에 넋을 잃었다.

충북 청주에서 온 정호(61)씨는 "전국으로 돌며 꽃 구경 중인데 처음 진해에 와봤다"며 "저녁 빛을 받아서 그런지 은은한 게 운치 있다"고 말했다. 강원출신 김모(60)씨는 "몽글몽글 꽃이 피면, 내 마음도 피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처럼 36만 왕벚나무(벚꽃)가 연분홍빛으로 진해 도심을 물들이며 상춘객을 맞이하고 있다.

상춘객들도 예전과 달리 코로나 감염을 상대적으로 덜 걱정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대유행이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와 함께 3년째 코로나를 겪어 방역 수칙에 익숙해진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는 이렇다보니 상춘객과 상인을 완강히 제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시는 4월 벚꽃이 질 때까지 곳곳에 방역 요원을 배치하고 군항제 취소를 알리며 방문 자제를 호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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