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싸우지 말아야 할 민족…선제타격하면 핵 쓰게 될 것"(종합)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서욱 국방 장관의 원점타격 발언을 강하게 비난한 북한 김여정 부부장은 4일 "우리는 결단코 그 누구를 먼저 치지 않는다"면서도, 남측이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다시 위협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서욱 국방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을 비난하는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수위조절을 통해 일종의 조건부 대응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민족에 대한 군사력 불사용'까지 거론한 김 부부장의 양면적인 입장은 북한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규정하면서도, 한미의 실제 타격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서욱 장관의 발언을 다시 거론하며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가당치 않다. 망상이다. 진짜 그야말로 미친놈의 객기"라면서 "명백히 다시 한 번 밝힌다.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그 이유로 "우리 무력의 상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순수 핵보유국과의 군사력 대비로 보는 견해가 아니라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인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이미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며, "다시 말하여 남조선 군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격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같은 논조를 이어가며 "우리는 전쟁을 반대 한다",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그래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라고 천명했다", "그 누가 우리를 다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단코 그 누구를 먼저 치지 않는다"고 강조한 뒤, "하지만 남조선이 어떤 이유에서든, 설사 오판으로 인해서든 서욱이 언급한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스스로가 목표 판이 되는 것"으로,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핵 무력의 사명은 그런 전쟁에 말려들지 않자는 것이 기본이지만 일단 전쟁 상황에서라면 그 사명은 타방의 군사력을 일거에 제거하는 것으로 바뀐다"며, "전쟁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 전투무력이 동원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은 "이런 상황에까지 간다면 무서운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남조선 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고, "이것은 결코 위협이 아니"라고 압박했다.
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이는 "남조선이 핵보유국을 상대로 군사적 망상을 삼가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라며, "끔찍한 말로를 피하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때 없이 건드리지 말고 망상하지 말며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날아오는 포탄이나 막을 궁리만 하고 앉아있어도 우에서 언급한 참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2일 담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 발사 원점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서욱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해 욕설 섞인 막말을 하며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다만 이날 발표한 2차 담화에서는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라며,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여정 부부장은 일부 표현의 수위 조절 속에서도 남측이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며, 핵 무력 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김 부부장이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 전투무력이 동원되게 된다"고 설명한 것은 북한이 핵사용을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개전 초기에 사용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핵 무력 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9월 5차 핵실험 이후 조선아시아태평양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제와 그 추종 세력들이 그 무슨 '체제 붕괴'와 '평양석권'을 노린 '참수작전'에 진입하려는 사소한 징후라도 보인다면 그것은 비록 우리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핵탄두를 만 장약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에 대한 즉시적인 발사명령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당시 박근혜 정부를 향해 "우리 핵탄두가 서울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고 초토화할 수 있다는 몸소리치는 진실을 고통스러워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이 이번에 이틀 사이에 비난 수위를 조절한 담화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의 전략적 지위가 선제타격을 허용치 않을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거듭 내세우면서도 한반도 긴장고조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는 전형적인 강온 양면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오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은 물론 7차 핵실험과 화성 17형의 실제 발사 등 대형 무력시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여정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북한의 전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5일자로 게재됐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보건 위기 속에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려 체제 결속을 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혹시라도 남측의 오판에 의해 전쟁에 휘말리게 되면, 김정은 정권도 더 이상 존재하게 어렵게 된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북한도 우리의 선제타격 가능성을 현실적 공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 된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자신들의 핵 보유 정당성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악화시키는 꼴"이라며, "북한의 핵 보유가 전쟁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핵전쟁을 유발할 수도 있음을 강하게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민족에 대한 군사력 불사용 등을 언급하며 자신들은 평화애호세력이고 남조선 군은 호전광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핵 무력 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서욱 장관의 발언에 대한 비난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제타격 발언을 우회 비난하는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교수는 "김여정의 담화는 궁극적으로 김정은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며, "대남 행동을 아직 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 나름으로 수위조절을 하고 있는 것은 새 정부와도 대화할 수 있다는 간접 메시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절대무기로 간주되는 핵과 미사일 능력을 끊임없이 고도화하면서 남한에 대해 먼저 공격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북한이 이미 자국을 방어하기에 충분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계속 ICBM을 시험발사하고 핵실험까지 강행한다면 한국 국민들 대부분이 이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대 교수는 "북한이 김여정의 담화를 노동신문에 연속으로 공개하여 한미가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상쇄할 수 있는 명분으로 선제타격 가능성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