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김여정 '막말 본능'…불량국가 낙인 자초하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6개월 만에 대남 공세를 재개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거친 언사가 남북관계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일에 이어 5일 발표한 담화에서 남측을 향해 원색적인 막말을 늘어놨다.
 
그는 3일 담화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을 맹비난하며 '미친 X' '쓰레기' 따위의 욕설을 내뱉다시피 했다. "이자의 객기를 다시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는 마무리 말은 그나마 얌전한 축이었다. 
 
5일 담화는 수위가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미친 X의 객기' 등 악담을 빼놓지 않았다. "겁을 먹고 있다"거나 "병적인 장애" 같은 빈정거림에선 차라리 직설적 비판이 나은, 역한 뒤끝이 묻어났다. 
 
왜 이러는 것일까. 김 부부장의 막말은 이제 꽤 익숙해진 편이다. 그는 2020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6.15공동선언 20주년 연설을 비난하며 '철면피' '상전의 눈치' '구걸' 등의 악담을 쏟아냈다. 
 
참다못한 청와대가 "몰상식한 행위"라며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준엄히 따졌지만 효과는 없었다. 
 
지난해 1월 우리 군 당국을 향해 '특등 머저리'라 부르더니 3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미국산 앵무새'라 조롱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아예 문 대통령의 실명까지 들며 "우몽하기 짝이 없다"고 험담했다.
 
김 부부장의 막말 폭탄도 따지고 보면 나름대로 이유는 있을 것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최고 지도자의 위신마저 실추되자 내부 불만을 전가할 무언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백두혈통'이긴 하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충성심을 보여야 할 김 부부장으로선 불가피한 앞뒤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남측의 답답한 사정 또한 모를 리 없는 김 부부장의 태도는 적이 실망스럽다.
 
김 부부장의 표변이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같은 동포로서의 소박한 기대마저 저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예의 바르고 참신한 이미지로 남측에서도 많은 호감을 샀기에 배신감의 강도는 더욱 컸다. 
 
만약 김 부부장이 군더더기 막말을 빼고 정제된 대외 메시지를 발신했더라면 어땠을까. 굳이 동방예의지국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절제와 겸양의 미덕이 더 위력을 발휘하는 게 우리네 정서다. 최소한 남한 대중들에까지 쓸데없이 반감만 일으키는 허망함은 없었을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세계 최강 미국의 대통령과 세 차례나 회담(회동)을 가지며 정상국가로의 변신을 꾀한 바 있다. 이제 다시 곤궁한 처지가 됐다고 해서 애써 가꾼 위신마저 포기할 필요는 없다. 남북미 정상 간에 오간 격조 높은 친서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남한 당국자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유치하고 유아적인 담화를 더는 발표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 정세 안정과 북한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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