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일손 부족에 '품앗이' 부활…"사람이 없다"

경기 화성시 문호리 한 비닐하우스에서 이영석씨가 모에 물을 주고 있다. 정성욱 기자
"요즘 시대에 품앗이 하는 곳 없죠? 저희는 해요."


6일 경기 화성시 문호리 한 비닐하우스. 이영석(55)씨가 모에 물을 주며 말했다. 이씨는 고추나 대파 등 시설작물 농사를 짓는다. 4월 농번기가 시작되며 이씨도 바빠졌다. 하우스 한편에는 밭에 옮겨 심을 모종판을 쌓아뒀다.

이곳의 면적은 8천평. 그러나 이날 일손은 이씨 혼자였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입국이 막히며 기존 외국인 인력이 끊겼기 때문. 이씨는 모를 집어들며 "지금 이런 게 4만 개가 있는데, 정작 심을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대부분 고령이어서 매일 밭일을 하는 건 불가한 상황. 이씨는 급한 대로 자신과 사정이 비슷한 농민을 모아 품앗이를 부활시켰다.

이씨는 "밭농사는 논농사와 달리 자동화가 보급되지 않아 수작업이 많다"며 "사람이 직접 모를 심고 수확하고 포장까지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농번기에도 텅 빈 농촌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유입이 막히며 농번기를 맞는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국내 농축산분야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2020년 2만 600여 명에서 지난해 1만 7700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가, 올해 초 1만 8천 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외국인 노동자는 현재 농촌의 주요 인력이다. 농촌 인구가 줄고, 고령화 됐기 때문. 주로 인력사무소를 통해 하루 일당을 받는 형태로 고용되는데, 대부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불법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유입이 크게 줄어들며 현재는 웃돈을 줘도 고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평택에서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코로나 전만 해도 하루 일당 7~8만 원으로 외국인을 고용했는데, 지금은 15만원을 준다고 해도 안 오더라"며 "공장 같은 곳만 가도 냉난방이 다 되고, 돈도 비슷하게 주는데 누가 힘든 일을 하러 오겠나"라고 설명했다.

내국인 인력은 더욱 침체돼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농가 인구의 45%가 65세 이상이다. 분야를 농림어업으로 넓히면 2019년 기준 60대 이상 노동자는 70%에 달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수급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인 것이다.

정부는 농번기를 맞아 각 지자체에 외국인 노동자 1만1472명을 배정했다. 또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취업활동이 최초로 만료되는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 기간을 1년 연장시켰다. 농축산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본격화 된 2020년 당시 해외에서 들어오는 경로가 모두 막히면서 외국인 노동자도 크게 줄었다"며 "하지만 이달부터 입국이 풀렸고, 인력도 늘어나고 있어서 안정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농번기에 접어들며 한 해 농사를 시작한 농가. 정성욱 기자

"외국인 일일 고용 허용하고, 취업 기간도 늘려야"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화하는 쪽으로 개편해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일 단위 고용을 합법화 하고, 취업 기간을 늘려 일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또 체류 허가 기간 내에는 입출국시 취업비자를 면제해 국내 유입을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엄진영 연구위원은 "현행 계절근로자 제도보다 취업 기간을(3~5개월) 최대 9개월까지 늘리고 일일 근무도 합법화 하면 한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의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다"며 "체류 허가 기간 내에 고국에 다녀올 경우엔 취업비자를 면제해줘 국내 유입을 늘리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가 머무는 숙소를 마련하고, 사고를 대비해 보험제도도 마련해야 한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노동자의 근무 환경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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