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법안에 대검은 반대·법무부는 찬성, 왜?

지난해 검수완박 법안 검토보서에 대검 명시적으로 '반대'
법무부 "방향성 공감" 사실상 '찬성' 입장 밝혀

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한 박탈(검수완박)' 추진 움직임에 대해 검찰이 반대를 공식화한 가운데 법무부는 이에 대해 찬성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 '검수완박' 법안에 명시적으로 '반대'  

9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의 검수완박 관련 법안은 총 4개다. △검찰청법 폐지 법률안(김용민 의원 대표 발의), △검찰청법 일부 개정 법률안(민형배 의원 대표 발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황운하 의원 대표 발의), △특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들 법안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집중 발의됐다.

이후 소위에서 논의는 이뤄졌지만 진전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이 본격 논의됐고, 오는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을 결정한다고 밝히면서 검수완박 강행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재 민주당이 생각하고 있는 검수완박 방안은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였는데, 우선적으로 수사권 폐지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지난해 검토보고서를 통해 대검찰청은 '반대'를 명시적으로 밝힌 반면 법무부는 사실상 '찬성' 의견을 냈다. 먼저 대검은 "사실상 검찰청을 폐지하는 법률"이라면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대검은 먼저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게 되면 중대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역량 유지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부패·공직자범죄 등을 통해 법치 질서가 파괴돼 천문학적 손실을 야기하거나 국민 다수의 피해와 직결된다고 본 것이다.

갑작스럽게 검수완박이 실행될 만한 이유나 명분도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는 이제 막 시행된 형사사법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시점이어서다. 대검은 "오히려 2018년 6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발표 당시 검찰의 수사 기능 박탈이나 검찰청 폐지 논의는 전혀 없었다"면서 "오히려 중대범죄 등에 대한 수사는 반드시 검찰 수사가 필요한 분야라고도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때는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입장을 뒤집는 게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박종민 기자

법리적·법체계적 문제점도 제기됐다. 헌법은 헌법기관인 검사에게 영장청구 기능(강제수사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인권 보호 및 수사주체로서 검사를 명시했는데, 이를 부정하고 검찰제도의 본질과도 상충되는 등 위헌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수사·기소·재판 따로'의 구조 하에서 수사기관과 기소기관 간 갈등 뿐 아니라 재판이 장기화돼 국민들만 피해를 입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도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형사사법 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는 입법이므로 △체계정합성 측면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입법·운영 등과 비교해 성급히 제정하는 측면에서 △구체적인 내용에도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는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변협은 "해외 입법례를 보더라도 검찰의 직접 수사를 보장하는 국가가 상당수 존재하며 중대범죄의 복잡성에 대응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므로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수사권을 확대하는 추세로 해석된다"면서 "중대범죄의 경우 수사 초기에 검찰이 개입해 경찰과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외 입법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무게 중심이 서로 다른 해석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검수완박' 법안에 "방향성 공감" 

박범계 법무부장관. 윤창원 기자

반면 법무부는 법률안에 담긴 방향성에 공감한다며 두루뭉술하게 찬성했다. 법무부는 "검사 수사권 삭제,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최근 검찰 수사 관련 국회의 다양한 논의를 존중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시한을 정하지 않고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뒀다.

다만, 새로운 형사사법제도의 안착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수사권 개혁 법령이 막 시행된 시점인 만큼, 새로운 형사사법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이 후퇴되지 않고 시행착오를 피하면서 안정감 있게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고, 국민적 공감대를 축척해 나가는 과정 자체도 중요하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장관이 아무리 민주당 소속이라고 할 지라도 법무부 의견을 낼 때는 검찰 의견도 반영했어야 했는데 지나치게 장관 측에 치우쳤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수완박 법안 검토 보고서에서 개진된 법무부 의견은 지난해 검찰개혁TF에서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검찰 관계자는 "아무리 장관 눈치를 보더라도 검사들일텐데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데 공감한다는 대표 의견을 낼 수가 있느냐"면서 "현 수사권 조정으로 야기된 부작용을 보고도 이런 의견을 냈다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는 전국적으로 검수완박에 반발하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8일 공식적으로 "정치권의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열고 반대 입장을 냈다. 일선 지검과 지청도 연달아 검사회의를 열고 성명을 냈다. 대구지검은 간부와 평검사 150명이 참여하는 화상회의를 열고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의견을 모았고, 광주지방검찰청 간부들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인천지검, 수원지검, 의정부지검 등도 연달아 반대 성명을 냈다.

자료=전국 검찰청 무고범죄 인지 건수 ( 대구지방검찰청 제공)
대구지검은 회의를 통해 신중하지 않은 형사사법제도 개편이 국민 피해로 귀결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지난해 시행된 현 형사사법제도에서 검사가 다른 범죄를 발견하더라도 이를 수사할 수 없으므로 암장되는 범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불송치 사건에 대한 무고범행 인지를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2020년 706건이었던 무고 범행 인지 건수는 2021년 206건으로 71%가 급감됐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개편된 형사사법제도의 변경으로 일선 실무에서 많은 혼란이 있고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도 하지 못 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신중한 검토 없이 제도가 개편되면 국민들의 피해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수완박 법안 검토보고서와 관련 "지난해 검찰개혁TF에서 원론적 수준의 의견을 낸 것"이라면서 "지금은 달라진 상황에 따라 변경된 입장을 낼 것인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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