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밀접접촉했는데 '음성'…안 걸리는 사람 따로 있나?

바이러스 증식량 적은 감염 초반에는 검사로 포착 안될 수도
끝까지 무증상 유지될 경우 본인이 모르고 넘어간 것일 수도
접촉 시 마스크 착용여부·환기 등 상황에 따라 감염량도 달라
특별한 유전적 특성 있다 해도 연구에 엄청난 장비·인력 소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가족 중 코로나19 감염사례가 많아지면서 관련 문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1. 20대 여성 A씨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동거가족인 언니가 먼저 확진된 이후 A씨와 어머니 모두 줄줄이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집 안에서 유일하게 오미크론을 피해간 이는 아버지뿐이었다. 어머니와 같은 방을 썼고,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신체접촉이 이뤄졌던 정황을 보면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웠다.

#2. 코로나19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는 호흡기 클리닉에서 일하는 의사 B(50)씨는 얼마 전 가슴을 쓸어내렸다. 며칠 전부터 피로감을 호소한 아내가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즉각 신속항원검사를 받았지만 그는 음성이었다. 
'위음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흘째 되는 날 받은 PCR 검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내의 증상이 나타나기 하루 전까지도 평소처럼 출근길 포옹을 하는 등 스킨십이 많았던 B씨는 내심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가 금요일 저녁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9일로 누적 1500만 명을 넘긴 가운데 보편화된 방역 상식 중 하나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면 감염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밀접접촉이란 확진자와 단순히 동선이 겹치거나 한 공간에 있었던 것을 넘어서 함께 식사를 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는 등 강도 높은 대면접촉이 있는 경우를 이른다.
 
특히 중국 우한에서 유래한 초기 바이러스와 앞선 변이들에 비해 전파력이 월등히 높은 오미크론이 대세가 되면서 이같은 명제는 거의 예외 없는 현실이 됐다. 올 1월 말 오미크론이 우세종화된 이후 전문가들이 "감기 증상이 있으면 99%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얘기했을 정도다.
 
그런데 주변에서 확진자가 속출할수록 이와 상반되는 사례들도 많아졌다. 똑같이 밀접한 접촉력이 있는데도 어떤 사람은 확진되는가 하면 누군가는 꿋꿋이 음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안 걸리는 사람은 일부러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해도 감염되지 않는다' 등 코로나에 강한 유전자(DNA)가 따로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같은 케이스를 '백신 무용론'의 근거로 내세웠다.
 
과연 정말로 그럴까.
 

감염→증상발현 '시차' 가능성…나을 때까지 무증상인 경우도 

황진환 기자

우선 코로나19에 이미 감염됐으나, 감염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시차에 의한 착시 효과다.
 
전문가들은 잠복기를 포함한 감염 초반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배출량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바이러스량이 일정 정도에 이르지 않으면 검사 상으로는 감염 사실을 놓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감염 초기엔 바이러스가 몇 마리 들어와 다음 날이면 몇백~몇천 마리, 그 다음날 몇만 마리가 되는 것"이라며 "특히 PCR은 100마리 정도는 돼야 (양성이) 나오고, 신속항원검사는 1만~10만 마리는 돼야 양성이 뜬다. 초기엔 바이러스 증식량이 적어 음성이다가 2~3일 지나고 양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의 잠복기는 보통 증상 발현을 기준으로 할 때 2~3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가족이나 지인 등 가까운 사람이 확진됐다면, 최소한 사나흘은 몸 상태를 관찰하며 검사를 여러 번 해보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두 번째로 끝까지 '무증상'이 유지되는 환자들도 더러 있다. 기침이나 발열, 인후통 등 몸으로 느껴지는 증상이 없기에 스스로도 감염을 인지하기 힘든 경우다.
 
코로나 사태 초반이었던 지난 2020년 대구·경북 유행을 주도한 신천지 집단감염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구시가 신천지 교인·교육생 1만여 명을 전수검사한 결과 확진된 4200여 명 중 75.6%(3222명)는 무증상자였다. 김 교수는 "다만, (감염이 됐어도) 끝까지 무증상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바이러스 인한 '교차면역'일 수도…"연구 쉽지않은 주제"

연합뉴스

물론 코로나19에 노출됐지만, 감염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사례들도 분명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 계통에 속하는 다른 균에 감염된 후 얻은 면역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신종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이 아닌 '휴먼 코로나 바이러스'(Human coronavirus)를 앓고 생긴 면역이 교차 방어를 해준다는 가설도 있다"며 "다 검증된 내용은 아니지만, 일부 실험실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하고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더 우월한 방어력을 지닌 유전자를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하나의 원인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어떤 면에서는 접종력이나 개인의 면역력과도 무관한 것 같다"며 "개개인의 특성이나 노출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특정한 유전적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코로나에 잘 감염되지 않는다는 데이터를 내려면 거의 몇십 만명의 전체 유전자를 검사(Whole genome sequencing)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현재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을 통해 실시하는 항체양성률 조사보다 훨씬 방대한 인력과 장비,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감염 당시 노출된 바이러스량 따라 '증상 유무·강도'도 다양

연합뉴스

코로나19 전파가 이뤄진 상황에서의 세부 변수도 추후 증상 여부와 강도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감염량'(infective dose)에 따라 증상 유무가 나뉠 수 있고, 유증상 안에서도 경증인지, 조금 더 심하게 앓게 되는지 등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몸 속에 더 많은 바이러스가 들어갈수록 증상은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 노출 당시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지, 혹은 환기가 잘 되는 공간에 있었는지 등이 두루 해당된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체내에 들어온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발병이나 중증으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며 "그걸 물리적으로 줄여주는 게 바로 마스크"라고 밝혔다. 엄 교수 또한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상황이나 환경 구조가 다 감염과 증상 여부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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