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눈, 젊은 지도법' 34살 최연소 감독 우승, 대한항공 틸리카이넨

챔피언 유니폼을 입은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V리그 역대 최연소 사령탑인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했다. 대한항공에 2년 연속 통합 우승의 영광을 선사했다.
 
대한항공은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도드람 V리그 KB손해보험과 챔피언 결정  최종 3전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3 대 2(25-22, 22-25, 24-26, 25-19, 23-21)로 이겼다. 2승 1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경기 후 "엄청난 경기였다.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면서 "상대 KB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좋은 경기였고 강한 팀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팀이 별 3개를 달 수 있어서 기쁘다. 별 하나를 더 달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이뤘다"면서 "더 많은 별을 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부터 팀에 통합 우승을 안겼다. 지난 시즌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의 대업을 이어가며 대한항공의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정규 리그에서는 24승 12패 승점 70으로 2위 KB손보(승점 62)와 8점 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3전 2선승제 챔프전에서도 KB손보와 3차전까지 이어지는 혈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통합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헹가래를 받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
틸리카이넨 감독은 올 시즌 매 경기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휘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비디오 판독으로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1세트 23 대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며 분위기를 가져온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주심은 링컨이 서브 공격 상황에서 네트를 밟았다고 판정했고, 틸리카이넨 감독은 서브 반칙이 아니라고 어필했다. 이때 코칭스태프는 모두 틸리카이넨 감독을 말렸지만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틸리카이넨 감독의 '매의 눈'이 통했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 끝에 링컨의 서브 반칙 선언을 번복하고 리플레이를 선언했다. 그리고 링컨은 곧바로 다시 얻은 서브 공격 기회를 성공시켰다.
 
만 34세인 틸리카이넨 감독은 V리그 역대 최연소 사령탑이다. 팀 내 최고령인 세터 한선수(37)와 유광우(37)보다도 한국 나이로 2살이 어리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자신의 나이에 대해 "어딜 가든 항상 어리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젊은 지도자답게 신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본인이 직접 선수들을 지휘하는 것이 아닌 선수들끼리 소통하도록 기회를 줬다. 그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리더가 있다. 리더가 코트에서 선수들을 잘 이끌어가야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다"면서 "감독, 코치만 리더를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연소 정규 리그 1위에 이어 최연소 챔프전 우승까지 거머쥔 사령탑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전진하려 한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팀에 새로운 문화와 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심어주고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면서 "언젠가 내가 이 팀을 떠나게 될 때 이 팀에 새로운 시각을 전달해준 사람으로 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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