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박근혜 첫 회동, 지방선거 앞두고 '대구 민심' 흔들까[영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달성 사저를 예방,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농단 수사로 악연(惡緣)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전격 회동한 가운데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파장이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당내 경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정농단 수사 '악연'…지방선거 앞두고 촉각


대선 이후 첫 지역 행보에 나선 윤 당선인은 12일 오후 박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만났다. 윤 당선인 측에선 권영세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 측에선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검찰 재직 시절을 포함해 정치권 입문 후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냐"며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미안한 마음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보수정당 후보로 나선 윤 당선인은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입당 전후로 박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자세를 낮춘 바 있다. 이날 첫 회동 후에는 과거 최순실 특검팀에서 국정농단 관련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을 형사적으로 단죄한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화해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달성 사저를 예방, 박 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 중 수사 외압 사실을 폭로하면서 좌천을 당했다. 2016년 탄핵 사태 당시엔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장으로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끌어냈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에게 직접 칼을 겨눴던 윤 당선인을 대선 과정에서 지지하기 어려웠고, 이같은 사정을 알고 있는 윤 당선인 측도 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 한 보수층 달래기에 공을 들였다.
 
이날 회동에 배석했던 권 부위원장과 유 변호사는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권 부위원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동이 진행됐는데, 윤 당선인이 '과거 특검과 피의자로서 일종의 악연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좋은 업적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계승하겠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도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을 잘 챙기시면 좋겠다'고 하니, 윤 당선인이 '면목 없다. 늘 죄송했다'라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검사 시절 자신이 맡았던 수사 관련 평가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전례에 비춰보면 '면목이 없다' 등 수사 정당성을 흔들 수 있는 다소 강도 높은 표현을 꺼낸 셈이다.
 

'박근혜 지지' 업은 유영하…'하방 선언' 홍준표 신경전 치열


윤 당선인 측에선 오는 5월 취임식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자세를 최대한 낮춘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 변호사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이뤄진 이날 회동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구시장 당내 경선에 유 변호사를 비롯해 홍준표 의원, 김재원 전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홍 의원은 이날 대구 서구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회동에 대해 "두 사람 사이에 악연을 해소하는 것일 뿐, 그 이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누구를 팔아서 선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사진을 게재하며 "서문시장에서 윤 당선인을 직접 영접했다. 윤석열 정부와 함께 더 큰 대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 위해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 전 대통령 사저에 도착, 유영하 변호사와 악수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당내 경선을 앞두고 지지율에선 홍 의원이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 주자들 사이 박빙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모노리서치가 발표한 '대구시장 적합도' 조사 결과(대구경제신문 의뢰, 지난 9~10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 변호사는 17.5%를 기록하며 홍 의원(35.9%)과 김 전 의원(19.8%)의 뒤를 이었다. 후원회장을 맡은 박 전 대통령의 공개 지지 선언 이후 유 변호사 지지율의 상승세가 보이면서 당내 일각에선 유 변호사가 김 전 의원과 단일화를 통해 반(反)홍준표 전선을 형성할 경우 경선 판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구 지역구를 둔 당내 한 의원은 통화에서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회동 이후 대구 민심이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유 변호사와 김 전 의원 간 단일화 이야기가 계속 나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과거처럼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북 지역구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건 맞지만, 그 흐름이 정치적 부활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다"라며 "더 이상 정치권에 개입하는 것보다 다른 영역에서 봉사를 하면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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