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추진에 경찰은 '신중모드'…"갈 길 멀다"

민주당 '검수완박' 당론 채택에 경찰 수뇌부 '신중모드'
경찰 "6대 범죄 수사 지금도 했다, 큰 변화 없을 것"
일선 "업무는 그대로 일듯, 보완수사 요구 증가는 우려"
중수청 설치, 실현 가능성 의문 시각도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경찰은 공식적 반응을 자제하면서 신중하게 흐름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12일 오후 의원 총회를 열어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4월 국회서 처리키로 결정한 만큼 급격한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현행 검경 수사권 체계를 손질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그 방향과는 반대 성격으로 검수완박이 실제 이뤄질 경우 경찰 조직은 수사 체계의 변화 등 대거 변화가 불가피하다,

경찰 내부에선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인 '6대 범죄'를 그간 경찰도 수사해왔던 만큼, 검수완박이 실현되더라도 '큰 변화는 없다'는 식의 의연한 반응이 나온다. 반대로 일선에선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 등 과부하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부 나오고 있다.


12일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과 관련, 경찰청 한 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신중하게 지켜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뭐라고 언급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 역시 아직 설립되려면 갈 길이 많이 남았기에 변수가 많아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 수뇌부에서는 검수완박이 추진되더라도 경찰의 수사 체계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범죄인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수사를 그간 경찰도 해왔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찰청 한 관계자는 "경찰은 현재도 6대 범죄 수사를 모두 하고 있다"며 "검수완박이 된다고 해서 권한이 늘어나거나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는 6대 범죄로 축소됐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여기서 추가로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요청 권한까지 모두 없애는 내용까지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된다면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토대로 기소·불기소 판단만 가능해진다.

황진환 기자

일선서 역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수다. 서울 지역 한 경찰서 A 강력팀장(경위)는 "원래 6대 범죄도 우리가 다 했었고, 기존에 무슨 범죄든 경찰이 다 하고 있었다"며 "안 하는 걸 한다면 모르지만 기존에 다하고 있었는데 굳이 변화가 느껴질 리가 없다. 하든지, 말든지 하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검수완박 자체를 강력히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일선서 형사로 근무하는 B 경위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권한과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진짜 제대로 일을 하면 괜찮은데 일을 안 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자신들에게 득이 되는 사람은 봐주고, 아니면 위협하고 그러니까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 검찰 수사관들은 경찰이 송치하면 불기소, 기소 갈라서 서류를 정리하는 것이 주 일"이라며 "그런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다 하는 업무로 돼서 경찰 업무량이 엄청 늘었다. 그럼에도 검찰에 인원은 그대로 있어 여유가 넘치는데, 그 인원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또 다른 경찰서 C 수사과장(경정)은 "기본적으로 수사라는 것도 검찰의 역할인데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경찰도 거대 기관인데, 권력의 말을 잘 들으면 수사권을 준다는 인식을 주는 게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민주당에서는 별도의 수사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해 검수완박으로 인해 폐지되는 검찰 수사 권한을 이관하자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일선서 D 형사과장(경정)은 "중수청을 만들면 구성원은 검사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기존 검찰 조직을 50대 50으로 나눠서 반은 수사만 하고, 다른 절반은 기소만 하자는 취지로 읽힌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검찰, 경찰로 지금도 잘 돌아가는데, 굳이 비용을 들여 자리를 만들어서 공직자를 늘리는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일선에서는 검찰의 직접 수사가 폐지될 경우 보완수사 요구가 더욱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지역 경찰서 E 경감은 "수사권 조정 이후 보완수사도 많아져서 행정 절차가 늘어났는데, 업무가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선 수사과의 경우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라고 밝혔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까지 폐지된다면 일선 업무량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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