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한달 꿰뚫는 키워드 '정면돌파·마이웨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리고, 새정부 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선을 실시하는 등 숨돌릴 틈 없는 한달여를 보냈다. 이 기간동안 대통령실 용산 이전 강행, 인사권을 둘러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갈등, 최측근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 파장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평소 스타일대로 여론을 살피기 보다는 한번 결정한 사안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마이웨이', '정면돌파'를 택했다.


'급조' 비판에도 대통령실 용산 이전 강행…결국 관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 당선인은 당선 직후 대통령실을 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약한 바 있어 용산 이전이 급조된 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윤 당선인 취임까지 채 2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연쇄 이전이 불가피해 안보공백 우려가 불거졌다.

이 때문에 인수위나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일단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한 뒤 시간을 두고 준비가 완벽하게 이뤄지면 대통령실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현 청와대까지 '안보 공백' 우려를 제기하며 논란에 참전했고, 심지어 대통령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승인 불허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취임 후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을 계속 쓰는 한이 있더라도 청와대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며 용산 이전 입장을 고수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해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고 못박으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후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을 통해 윤 당선인은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한 협조를 약속 받으며 자신의 뜻을 끝내 관철시켰다. 일부 준비가 미흡하더라도 윤 당선인은 5월 10일 취임식 이후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을 둘러싼 인사 논란에서도 문 대통령과의 회동을 보이콧하는 벼랑끝 전술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어냈다.


통합·협치 대신 '능력' 인선 택한 尹…한동훈 지명 논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추가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 당선인의 '정면돌파' 행보는 이후 새정부 내각 구성에서도 뚜렷히 드러났다. 윤 당선인은 역대 정부에서 통상적으로 인사의 대원칙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지역안배와 여성할당을 단호히 거부했다. 윤 당선인은 3월 13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서는 최고의 경륜과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모셔야지 자리를 나눠먹기식으로 해서는 국민통합이 안 된다고 본다"면서 "그걸(여성‧지역 할당) 우선으로 하는 국민통합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인수위 구성과 3차례에 걸친 내각 인선 결과를 살펴보면 소위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경육남'(경상도 출신 60대 남성)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14일까지 완료된 국무위원 후보자 18명의 출생지역은 영남이 7명으로 다수인 반면 호남은 1명에 불과하다. 연령은 60대가 11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었고, 출신 대학도 서울대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성은 단 3명에 그쳤다. 특정 지역과 연령, 성별에 편중됐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최고의 경륜과 실력'이라는 인사 대원칙을 따른 결과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마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특히, 윤 당선인의 검사시절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것은 내각 인선 논란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검찰에서 손에 꼽히는 '특수통'인 한 후보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관여 한 뒤 검언유착 의혹에 휘말리며 4차례 연속 비수사 부서로 좌천되기도 했다. 현직에 있으면서도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미운털'이다.

민주당은 당장 "망사를 넘어 망국 인사"(박홍근 원내대표), "이거 가짜뉴스 아닌가 의심했다"(박주민 의원)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처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급조한 파격인사가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검수완박의 빌미를 제공한 1인이기도 한 한 후보자의 내정은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해볼테면 해보라'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장관은 상설특검 발동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카드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정면돌파' 의지를 굳혔다는 얘기다.


'마이웨이' 검사 스타일 고수…수사와 국정운영은 다른 영역


윤 당선인을 잘아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나 인수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그를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한 스타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검사라는 딱딱한 이미지로 생각했는데 너무 소탈하고 격의 없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심지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시원시원하고 소통에 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는 윤 당선인이 주변 사람들의 대할때 보이는 인품에 대한 평가이지 그의 업무 스타일은 또 다른 문제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일단 자기 생각이 정해지면 왠만해서는 바꾸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이한형 기자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장관 수사를 지시하면서 현 정부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고,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사건 수사를 시작하면서 청와대를 정조준해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중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며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했다 좌천의 서러움을 겪은 뒤 현 정부에서 화려하게 부활했음에도 다시 권력과의 전면전을 선택하면서 자신이 옮다고 생각하는 사안에는 부러질지언정 꺾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검사시절 이런 이력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그를 단기간에 대통령의 지위에 올려놨지만 '앞만 보고 달리는' 수사와 '국민여론을 살피고 통합을 고민해야 하는' 국정운영은 엄연히 다른 역영이라는 점에서 윤 당선인의 앞뒤 안가리는 '정면돌파'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고위 관계자는 "1차 내각 발표에서 비판적인 얘기가 나오면 그게 2차,3차 내각 인선에 반영이 돼야 하는데 아예 '마이웨이'를 선택했다"면서 "윤 당선인의 인선은 국정 철학이 엿보이기 보다는 엘리트주의로만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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