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논란에 딜레마 상황 놓인 안철수

정호영 '아빠찬스' 의혹에 국민의힘에서도 우려
만찬회동서 "安, 보건의료 분야 깊은 조언·관여하기로"
安측 "이전투구 비춰지는 것 바람직 않아‥지켜봐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왼쪽),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수위사진기자단
자녀의 의대 편입 과정에서 '아빠찬스'를 썼다는 의혹을 받으며 연일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를 바라보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속내가 복잡하다. 인수위원장 입장에서 초대 내각 낙마자는 정부 출범을 앞두고 치명적이다. 하지만 정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안 위원장의 후보 추천 가능성이 높아지며 '공동정부'에 지분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딜레마 상황이다.
 
정 후보자는 청문 정국을 앞둔 가장 뜨거운 감자다. 정 후보자의 자녀들은 그가 경북대병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경북대 의대에 편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 후보자가 진료처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경북대병원에서 활동한 이력을 봉사활동 기록으로 제출하고, 유력 학술지에 학부생 중 유일하게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아빠찬스' 논란이 조국 전 장관의 딸 부정입학과 겹쳐지는 건 물론, 윤 당선인이 주창했던 '공정'과의 가치와도 확연히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마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의사들은 다 아는 상황이겠지만, 전형적인 아빠찬스가 맞다"며 "입시라는 민감한 영역이 걸쳐있어 논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국 프레임으로 읽히는 건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며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 실기하지 않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윤 당선인에게 전해져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바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민주당도 송곳검증을 벼르며 정 후보자의 낙마를 정조준하고 있다.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 국무총리와 달리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잡음이 많은 후보자의 임명 강행은 정권이나 국민의힘 모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민 눈높이가 중요하고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일각에서는 논란 끝에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 혹은 낙마를 하게 될 경우, 안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추천하며 '공동정부 구성'을 실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벌써부터 관련 분야 인수위 소속 인사들의 이름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내에서도 정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과 안 위원장과의 공동정부 구성을 함께 묶어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다선 의원은 "윤 당선인이 안 위원장의 추천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선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충분히 능력이 있는 분이고 검증에도 문제가 없다면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내각 인선에 불만을 표출하며 '결근 시위'를 했던 안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찬회동자리에서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 대한 '깊은 관여'를 약속 받았다. 안 위원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국정전반에 대해서 인사라든지 정책에 대해서 심도 깊게 논의를 하기로 했다"며 "특히 보건의료, 과학기술, 중소벤처,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더 제가 전문성을 가지고 더 깊은 조언을 드리고 관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콕 집어 '보건의료' 분야에서 안 위원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 못 박은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후보 추천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인수위사진기자단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중소벤처라든지, 과학기술분야라든지, 보건복지분야라든지 안 위원장께서 전문성이 있으니, 그런 정책의 방향성들을 안 위원장께서 많이 개진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선 추천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사람이 몇 명 들어갔느냐, 누구 추천이냐, 이렇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 측은 조심스럽게 청문회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는 "공동정부 구성이 이전투구로 비춰지는 건 위험하다"면서도 "다만 복지 분야에 인사 추천을 한다고 했기 때문에 조금 사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인수위원장 입장에서 후보자들이 무사히 청문회를 치르기를 바랄 것"이라며 "정 후보자 본인이 자진사퇴 뜻도 없고 인사청문회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도 정 후보자의 소명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정 후보자가 본인이 소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국회에서 검증의 시간이 이뤄질 때까지 일단은 잘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정 후보자가 조만간 객관적인 팩트를 제시하며 조국 전 장관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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