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편입‧병역특혜 '아빠찬스' 논란 정호영…당내서도 커지는 우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정호영 후보자가 자녀의 의대 편입‧병역 판정 특혜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후보자는 해당 의혹들을 일축하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입시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정과 상식'을 전면에 내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40년 지기' 정호영, 자녀들 의대 편입 '아빠 찬스' 논란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 후보자는 지난 10일 지명된 후 불과 닷새 만에 자녀들의 의대 편입과 아들의 병역 특혜 논란 등이 쏟아지며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에 재직하던 동안 아들과 딸이 경북대 의대에 학사로 편입에 성공한 것을 두고 입시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다수 제기된 상태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등은 일단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자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15일 오전 인수위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 본인이 매우 떳떳한 입장으로 (의혹들을) 소명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보이고 있다"며 "청문회까지 본인의 소명과 설명을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일단 청문 절차를 지켜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그때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
검찰 시절부터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나 '청문 정국에서도 과거처럼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저는 지금 청문회의 직접 당사자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장관이 공식 임명되기 약 열흘 전인 8월 27일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던 점과 현 상황을 비교하는 것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 것이다.
 
당초 정 후보자 지명 직후엔 과거 여성 비하성 칼럼과 복지 행정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이 결격 사유로 지적됐지만, 자녀들의 의대 편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엔 상황이 급변했다. 딸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6년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고, 아들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이었던 2017년에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다. 문제는 당시 의대 편입 선발 시험이 정량 평가보다는 서류‧구술면접 등 정성 평가에 치우친 상황에서, 정 후보자의 자녀들 관련 논문 공동저자 및 봉사활동 이력 등에서 '아빠 찬스'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 후보자 아들은 경북대 전자공학부에 재학 도중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논문 두 편에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정 후보자 아들은 해당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했지만 학부생으로는 유일했다. 논문 작성에 함께 참여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정 후보자 아들은 실험을 돕거나 번역‧편집 등 업무를 했다"고 언급하면서 논문 공동저자 적격성 논란이 일었다. 병역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실 등에 따르면 정 후보자 아들은 2010년 11월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2급)을 받았지만, 2015년 재검에선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인 4급 판정을 받았다. 4급 판정을 내린 병무진단서가 경북대병원에서 발급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시 해당 병원에 근무 중이었던 정 후보자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민의힘 내부서 커지는 우려…"조국 시즌2", "입시 비리 폭발력 크다"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연합뉴스
해당 의혹들에 대해 정 후보자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혜는 없었다"며 "(딸과 아들이) 아빠가 졸업한 학교에 가고 싶었겠죠"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 필요성까지 거론되는 등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특히 여론의 민감도가 높은 입시 관련 의혹이 번질 경우 자칫 '조국 시즌2'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일부에선 지금 밀리면 안 된다면서 정 후보자 옹호로 가려고 하는데 표창장 위조로 의사 면허 박탈을 당한 조민 사례가 있기 때문에 여론이 만만치 않다"며 "조국 사태로 만들어진 기준이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명확한 증거가 없어서 예단하긴 힘들지만, 일일이 증명한다고 해서 일반 대중들이 쉽사리 납득이 되겠냐"며 "한 명도 아니고 자녀 둘 다 경북대 의대로 편입한 점은 솔직히 의구심이 들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 관련 의혹이 확대될 경우, 낙마 카드로 수용하는 동시에 신속하게 출구전략을 짜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윤 당선인이 사실상 조국 사태를 계기로 공정의 상징이 되면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며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은 불이 크게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단호하게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카드는 윤 당선인의 황태자인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버티다가 적절한 시점에 정 후보자 카드를 버리면서 방어전선을 형성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다음달 10일 대통령 취임식과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규명과 내각 인선 여부가 윤석열 정부의 정국 주도권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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