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정호영 후보자가 자녀의 의대 편입‧병역 판정 특혜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후보자는 해당 의혹들을 일축하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입시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정과 상식'을 전면에 내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40년 지기' 정호영, 자녀들 의대 편입 '아빠 찬스' 논란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 후보자는 지난 10일 지명된 후 불과 닷새 만에 자녀들의 의대 편입과 아들의 병역 특혜 논란 등이 쏟아지며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에 재직하던 동안 아들과 딸이 경북대 의대에 학사로 편입에 성공한 것을 두고 입시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다수 제기된 상태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등은 일단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자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15일 오전 인수위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 본인이 매우 떳떳한 입장으로 (의혹들을) 소명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보이고 있다"며 "청문회까지 본인의 소명과 설명을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일단 청문 절차를 지켜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그때 결정하겠다"고 했다.
당초 정 후보자 지명 직후엔 과거 여성 비하성 칼럼과 복지 행정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이 결격 사유로 지적됐지만, 자녀들의 의대 편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엔 상황이 급변했다. 딸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6년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고, 아들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이었던 2017년에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다. 문제는 당시 의대 편입 선발 시험이 정량 평가보다는 서류‧구술면접 등 정성 평가에 치우친 상황에서, 정 후보자의 자녀들 관련 논문 공동저자 및 봉사활동 이력 등에서 '아빠 찬스'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 후보자 아들은 경북대 전자공학부에 재학 도중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논문 두 편에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정 후보자 아들은 해당 논문에 공동저자로 참여했지만 학부생으로는 유일했다. 논문 작성에 함께 참여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정 후보자 아들은 실험을 돕거나 번역‧편집 등 업무를 했다"고 언급하면서 논문 공동저자 적격성 논란이 일었다. 병역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실 등에 따르면 정 후보자 아들은 2010년 11월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2급)을 받았지만, 2015년 재검에선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인 4급 판정을 받았다. 4급 판정을 내린 병무진단서가 경북대병원에서 발급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시 해당 병원에 근무 중이었던 정 후보자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민의힘 내부서 커지는 우려…"조국 시즌2", "입시 비리 폭발력 크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일부에선 지금 밀리면 안 된다면서 정 후보자 옹호로 가려고 하는데 표창장 위조로 의사 면허 박탈을 당한 조민 사례가 있기 때문에 여론이 만만치 않다"며 "조국 사태로 만들어진 기준이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아직 명확한 증거가 없어서 예단하긴 힘들지만, 일일이 증명한다고 해서 일반 대중들이 쉽사리 납득이 되겠냐"며 "한 명도 아니고 자녀 둘 다 경북대 의대로 편입한 점은 솔직히 의구심이 들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 관련 의혹이 확대될 경우, 낙마 카드로 수용하는 동시에 신속하게 출구전략을 짜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윤 당선인이 사실상 조국 사태를 계기로 공정의 상징이 되면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며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은 불이 크게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단호하게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카드는 윤 당선인의 황태자인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버티다가 적절한 시점에 정 후보자 카드를 버리면서 방어전선을 형성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다음달 10일 대통령 취임식과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규명과 내각 인선 여부가 윤석열 정부의 정국 주도권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