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끝 '포스트 코로나' 성큼…"재택 가고 회식 오나"

민간·공공부문 재택근무 없애는 추세
'저녁 없는 삶' 회귀에 "늦은 회식 두렵다"
"배달 이어질까" 요식업계 트렌드 예의주시
24시간 영업 업종… "아직은 지켜봐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8일부터 전면 해제된다. 황진환 기자

2년 만에 거리두기 지침이 전면 해제되면서 기업들도 재택 근무를 없애는 등 코로나19 이전으로 일상이 복귀되는 양상이다. 이에 일상 회복에 기대감도 크지만 코로나19 시기 도입됐던 긍정적 요소들마저 사라진다는 우려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를 보는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특히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은 '재택 근무'와 늦은 회식이 없는 '저녁이 있는 삶'까지도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영업자들은 요식업계의 흐름에 예의주시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모양새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공부문 전반에서도 코로나19 시기 전격 도입된 재택 근무가 완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그동안 재택 근무에 만족감을 느꼈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시기 도입된 긍정적 문화들이 이제는 사라질까봐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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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업계에 근무하는 30대 황모씨는 "최근까지 재택 근무가 원칙이고 필요한 사람만 회사에 출근하는 방식으로 회사가 운영됐다"며 "이제 지난주부터는 출근이 원칙이고 가족 감염 등 특이사항이 있을 때만 집에서 일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택 근무 덕분에 그동안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며 "이사할 때도 회사와 더 먼 곳으로 갔는데도 부담이 덜했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기업 중심으로 재택 근무 해제 분위기가 퍼지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삼성전자는 사내에 '부분적 일상 회복 추진'을 공지했다. 그동안 금지했던 대면 회의, 집합교육 등을 제한적으로 재개한 것이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 1일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실시하던 재택근무를 중단했다.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재택 근무 해제 조짐이 보인다. 본격 거리두기 전면 해제가 적용되면서 공공부문에서 재택 근무 해제 등 '원상 복귀' 수순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공무원 A(30)씨는 "확진자 추이에 따라 부서마다 재택 근무를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며 "다만 전반적으로 재택 근무가 사라지고 전면 출근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8일부터 전면 해제된다. 황진환 기자

A씨는 "관사에서 회사까지 왕복 2시간 가까이 걸려서 재택 근무가 편했다. 민원을 담당하는 등 출근이 필수적인 업무가 아니라면 재택 근무를 유지했으면 좋겠다"면서도 "하지만 그냥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것 같아 기대는 안한다"고 털어놨다.

재택 근무에 대한 직장인들의 만족도는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해 11월 직장인 4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86.9%)은 코로나 시대 근무 환경 변화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들 중 68.5%가 출근과 재택 근무를 혼합한 형태의 근무를 선호했다.

다만 업종에 따라 재택 근무가 아닌 회사 출근을 반기는 경우도 있다. 금융업계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B(31)씨는 "우리 일은 사람 만나서 미팅을 해야 성과가 나오는데 그동안 재택 근무가 도입돼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앞으로 확진자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면 슬슬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화상 회의에 어려움을 겪었던 신입 직장인들도 회사 출근을 반기기도 했다. 직장인 우모(30)씨는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됐는데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하다보니 발언하기도 어렵고 분위기 파악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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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야간 회식이 줄어든 '저녁이 있는 삶'이 다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우씨는 "당장 24시간 제한이 풀리는 것이 두렵다"며 이번 기회에 회식도 적당히 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놓고 자영업자들은 요식업계의 변화에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일상이 된 '배달 문화'가 지속될지, 또는 시민들이 다시 '홀 영업'으로 발걸음을 옮길지 전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이에 따라 추가 인력 채용 등 계획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이전에 24시간 영업을 하던 자영업자들도 고민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이전처럼 이른 새벽 시간부터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질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의 한 24시간 영업 식당 직원은 "거리두기 제한이 해제돼 24시간 영업이 가능하지만 당장 돌아갈 계획은 없다"며 "예전처럼 새벽에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져야 인건비를 쓰면서 24시간 영업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 24시간 영업하던 헬스장들도 '원상 복귀'에 망설이는 모습이다. 구로구의 한 휘트니스클럽 직원은 "24시간이 해제됐지만 당분간 오후 10시까지만 한다"며 "당장 신규 회원이 늘어난 것도 아니라 유지비를 고려하면 이대로 운영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김기홍 공동대표는 "그동안 배달 문화가 깊게 자리 잡은 상황이라 인력도 배달 업계로 많이 이동한 상태"라며 "이러한 상황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배달 문화 쪽으로 굳혀질지에 대해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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