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女王의 감개무량 "30년 전 恨 풀려…후배 위한 유산 뿌듯"

강원도 홍천군 탁구 전용 구장 건립 확정 브리핑이 열린 19일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오른쪽부터), 대한탁구협회 유승민 회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협회 김택수, 임용수 부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천=월간 탁구 안성호 기자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및 청두세계선수권대회 탁구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 19일 강원도 홍천종합체육관. 특히 이날은 탁구 전용 경기장 건립과 관련해 강원도와 홍천군, 대한탁구협회의 브리핑도 진행됐다.

협회는 지난달 28일 강원도, 홍천군과 '탁구 전용 체육관 건립을 위한 3자 협약'을 체결했다. 유승민 협회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허필웅 홍천군수가 한국 탁구의 메카를 세우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홍천종합체육관 바로 옆 부지에 건축 연면적 9000㎡,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탁구대 20대를 동시에 설치하고 2000석 규모의 관중석을 갖춰 국제 대회까지 치를 수 있다. 여기에 훈련장과 웨이트 트레이닝장, 숙소까지 들어선다. 그야말로 축구의 파주 국가대표 훈련 센터(NFC)처럼 한국 탁구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누구보다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는 인물이 있었다.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53)이다. 현 감독은 탁구전용체육관건립추진위원장에 선임돼 한국 탁구 메카 건설에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됐다.

강원도 홍천 탁구 전용 경기장 건립 브리핑 모습. 홍천=월간 탁구 안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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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감독은 "원래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경기도 기흥에 국가대표 훈련원이 운영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1994년 성수대교 붕괴로 당시 협회장이던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이 물러나면서 국가대표 훈련원도 운영이 중단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탁구의 메카가 없어지면서 한국 탁구의 경쟁력도 차츰 떨어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홍천에 탁구 전용 경기장이 생긴다면 한국 탁구로서는 30년 만에 메카를 얻게 된다. 더군다나 경기장이 완공되는 2024년은 한국 탁구 10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라 더욱 의미가 있다.

현 감독은 "탁구 후배들을 위해 선배로서 무엇인가를 해주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전용 경기장이 생기면 숙소까지 생겨 선수들이 안심하고 대회를 치르고 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색했다. 

30여 년 전 아쉬움도 훌훌 털었다. 현 감독은 "1993년 예테보리세계선수권대회 단식 금메달을 따내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최 회장이 '뭘 해주면 좋겠느냐'고 물으셨다"면서 "그래서 '현정화 체육관 하나 지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현 감독은 "비록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지만 후배들이 마음껏 훈련하고 경기할 수 있는 전용 경기장이 건립된다고 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1988년 현 감독은 양영자와 함께 서울올림픽 여자 복식 금메달을 따냈다. 여기에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에서 남북 단일팀의 에이스로 리분희와 함께 만리장성 중국을 넘어 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었다. 한국 탁구 역사상 유일한 세계선수권 단식 금메달을 따낸 탁구 여왕이다.

​​​이날 현 감독의 인터뷰를 기다렸던 팬들이 사인 요청을 하기도 했다. 체육관 바로 옆 홍천국토관리사무소 여직원들로 현 감독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 이들은 "탁구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드라마에서도 현 감독님을 보고 좋아하게 됐다"며 설렌 표정을 지었다. "저희 아빠가 팬이에요"라는 말에 현 감독은 "내 딸을 보는 것 같다"며 엄마 미소를 지었다.

팬 사인회에 참석한 현정화 감독. 홍천=월간 탁구 안성호 기자
19일 오후 홍천국토관리사무소 여직원들이 현 감독에게 사인을 받고 있다. 홍천=노컷뉴스

또 다른 한국 탁구 전설 김택수 협회 전무(50)도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김 전무는 유승민 회장과 함께 이번 전용 경기장 건립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김 전무는 "업무 협약까지 2주 동안 그야말로 정신 없이 보냈다"면서 "한국 탁구를 위해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지난해 도쿄까지 2회 연속 올림픽 노 메달에 그친 한국 탁구의 부흥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무는 "충북 진천선수촌이 있지만 통제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출입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국가대표 훈련 파트너가 돼줄 선수들도 중요한데 전용 경기장이 생기면 훈련 효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전무는 또 "예전 기흥 훈련원이 있을 때는 국가대표는 물론 연령별 선수들까지도 훈련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전용 경기장이 생기면 어린 선수들도 선배들과 훈련하면서 성장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2024년 파리올림픽과 함께 부산세계탁구선수권이 열리는 해다. 한국 탁구 도입 100주년이 되는 2년 뒤 부활의 발판이 될 한국 탁구의 메카가 완성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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