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포함 檢지휘부 초유 총사퇴…"중재안, 검수완박보다 심해"

전국 6명 고검장·박성진 대검 차장 일괄 사표 제출
초유의 검찰 지휘부 공백 상태
대검 "단호히 반대…검수완박 잠시 유예에 불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과 관련해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검찰 지휘부가 총사퇴했다.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합의하자 반발하면서다. 검찰 역사상 총장을 비롯해 고위 간부들이 집단 사퇴한 적은 처음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전국 6명 고검장 등 검찰 지휘부 전원 총사퇴


김오수 검찰총장은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하자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김 총장을 직접 만나 "검찰총장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으니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해달라"며 사표를 반려했는데 다시 사직서를 낸 것이다.

김 총장은 이날 출근 길만 해도 "국민·국회·여론이 원치 않는 수사는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초강수를 던졌다. 하지만 오전 내 여·야가 급박하게 공직자·선거범죄 등 4대 범죄 수사권 즉시 폐지 등 '단계적 검수완박'에 합의하자 결국 물러나게 됐다. 김 총장은 대변인실을 통해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짧게 입장만 밝혔다. 별도의 입장 없이 지하 주차장을 통해 대검을 빠져나갔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6명의 고검장 전원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도 일괄 사표를 냈다. 검찰 지휘부가 총사퇴한 셈이다. 고검장급인 구본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역시 이날 사의의 뜻을 표명했다. 이들에 앞서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은 새 정부의 인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찌감치 이달 초 사표를 썼다.

검찰 고위 간부들 전원이 물러나게 되면서 초유의 지휘부 공백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일선 지검장들 가운데에도 일부는 박 의장 중재안에 반발해 사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검찰 내 '사직 릴레이'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검, 朴 중재안은 결국 검수완박…단호히 반대 

박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의 핵심 내용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 △6대 중요범죄 중 공직자·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범죄 수사권 즉시 폐지 △부패·경제범죄 수사권은 향후 1년 6개월 내 중대범죄수사청을 설립하기 전까지만 한시적 유지 △검찰의 보완수사 때 여죄 수사 금지 △4월 임시국회 내 법안 의결 등이다.

대검도 즉각 중재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대검은 '국회의장 중재안에 대한 대검 입장'을 통해 "국회의장 중재안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중재안은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 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중재안에 따르면, 현재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6대 중요범죄 가운데 ①부패와 ②경제범죄를 남겨뒀지만 1년 6개월 후면 이 마저도 모두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된다. 또 현재 검찰이 하고 있는 보완 수사에 대해서도 중재안은 ①단일성과 ②동일성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이에 대해 "지금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고 있지만 그 기준은 단일성과 동일성 기준이 아니다"라면서 "송치 사건에 대해 기본적으로 진범, 공범, 여죄, 무고, 위증 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중재안에 따른 단일성과 동일성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보완수사는 의미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현재는 단순 사기였는데 알고 보니 조직적 다단계 사건이나 보이스피싱 사건이었다는게 드러나면 검사들이 수사를 해 공범 등을 밝혀낸다. 하지만 중재안이 통과될 경우 단순 사기 사건에 대한 공소장만 써야 할 수도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범죄를 알고도 수사를 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우려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양측이 수용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문에 서명을 마쳤다. 사진은 합의문. 황진환 기자
​​대검은 또 "중재안 역시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임에도 국회 특위 등에서 유관기관이 모여 제대로 논의 한 번 하지 못한 채 목표 시한을 정해놓고 추진되는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기본법 논의에 있어 숙의를 거쳐야 하는데 목표 시점만 정해 놓고 너무 촉박하게 법안 통과를 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검은 아직 김 총장을 포함한 지휘부에 대한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수완박 중재안에 반발해 지휘부 공백이 생겼지만, 박성진 대검 차장은 출근을 해 대책을 상의하고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지휘부 사표가 수리되면 직제상으로는 대검 기조부장이 검찰을 이끈다.

예세민 기조부장은 "법안이 통과되는 마지막 날까지 법안의 부당성을 알리고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어떤 방식으로 노력할 지에 대해서는 지금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기 떄문에 부장들과 중지를 모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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