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프리다' 김소향 "고통스러워도 인생은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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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준비 과정은 역대급으로 힘들지만 그만큼 공연하면서 힘을 많이 얻어갑니다."

배우 김소향(42)은 창작뮤지컬 '프리다'(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프리다로 열연 중이다. '프리다'는 멕시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인생 이야기를 한 편의 쇼처럼 풀어낸다. 프리다 칼로는 소아마비와 온몸이 부서지는 교통사로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지만 이를 예술로 승화한, 진정한 삶의 승리자였다.

25일 서울 도곡동의 한 빌딩에서 만난 김소향은 "(프리다는)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역대급으로 힘든 작품이다. 가장 힘들었던 '마리 앙투아네트'보다 두 배는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무용 연습에 공을 많이 들였다. 프리다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3분 여에 걸쳐 몸짓으로 표현한 이 장면은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공연 전 루틴이 있어요. 1시간 10분 동안 현대무용 연습하고 20분 동안 목을 풀어요. 15년 만에 현대무용을 하려니 연습 초반에는 매일 부황 신세를 졌죠."

김소향의 열정 덕분일까. 현대무용 장면에서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적잖다. "춤추는 걸 보고 눈물 나는 게 처음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내가 춤추는 걸 좋아하는구나' 새삼 깨닫기도 했죠." 이 장면은 '프리다' 리딩공연부터 참여한 김소향이 인간의 본성을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작·연출을 맡은 추정화에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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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향은 "공연을 마치면 탈수증상이 와서 30분간 멍하니 앉아 있는다"고 했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큰 공연이다. "체력은 바닥나지만 깔깔 웃으면서 행복하게 공연장을 떠나게끔 하는 것"이 '프리다'의 묘미이기도 하다.

"'인생은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만세'라는 게 이 작품의 메시지죠. 관객들이 '헛헛하기만 했던 내 인생이 그래도 살 만하구나' 얘기해요. 저 역시 프리다의 삶을 연기하면서 다음날 공연할 수 있는 힘을 얻죠." 김소향은 "객석 앞열에 유난히 남성 관객이 많이 앉아 있다. 고통 속에서 희망을 외치는 프리다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극 중 '더 라스트 나이트 쇼'(The Last Night Show)에는 레플레하·데스티노·메모리아 등 3명의 수호신이 함께 한다. 레플레하(전수미·리사)는 프리다의 연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 데스티노(임정희·정영아)는 프리다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메모리아(최서연·허혜진·황우림)는 프리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

여성 배우 4명만으로도 무대가 꽉 차는 느낌이다. 김소향은 "무대 위에서 4명이 내뿜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거의 매일 공연하다시피 하는데도 아무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객석이 200석이건, 1300석이건 다 깨부수겠다는 생각으로 공연하고 있다"고 웃었다.

김소향은 '마리 퀴리', '작은 아씨들', '엑스칼리버' 등에서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줬다. '프리다' 역시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여성 서사 뮤지컬이다. 김소향은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역할이나 기준에서 벗어난 여성 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이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고 짚었다.

'프리다' 공연이 중반을 넘어섰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김소향은 "매 회 최고의 에너지로, 최상의 공연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며 "신작 창작뮤지컬이나 이전에 참여했던 뮤지컬을 다시 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리다 역은 최정원이 더블 캐스팅됐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5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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