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당선인이 상대당 대선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두고 '아이러니'라고 말하자 윤 당선인 측도 "문 대통령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25일 방송된 JTBC와의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이) 어쨌든 결과적으로 다른 당 후보가 돼서 대통령에 당선된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그분을 발탁한 게 문제였나, 우리 편으로 잘했어야 했었나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검찰총장으로서 임기를 지키는 것은 중요했는데 (윤 당선인이) 중도에 그만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된 윤 당선인을 발탁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잇따라 임명했지만,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가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 상황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윤 당선인의 친정인 검찰에 대해 "검찰의 정치화가 문제"라며 "검찰을 정치적으로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서 검찰이 탈정치화 되느냐. 그렇지 않다는 걸 역사에서 봐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 측이 작심한 듯 문 대통령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어제 문 대통령의 대담을 저희도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문 대통령이 검찰의 정치화 문제를 지적했다"며 "본질은 정권이 권력을 사유화해왔기 때문에 지금 이 논쟁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시절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과 국세청 등 정부 부처 모든 권력 기관을 통해 상대 진영을 압박하고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데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사실상 문재인 정부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탄생한 배경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니겠나.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아이러니' 발언을 정조준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측은 대선 이후 대통령실 이전 문제와 감사위원 임명 등의 문제로 빈번히 충돌했지만, 대선이 치러진지 19일 만인 지난달 28일 청와대 회동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쌓인 앙금이 풀린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후 윤 당선인의 친정인 검찰 관련 이슈를 매개로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윤 당선인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자 윤 당선인 측이 바로 반격에 나서면서 다시 한번 충돌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