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기준금리 2%대 돌입 전망…美 긴축 가속화 압박

美 연준, 5월 '빅스텝 금리인상' 단행 가능성 유력
한은도 속도 맞출 듯…"美금리, 5월 금통위 변수"
시장선 "한은, 연내 기준금리 2% 초반대까지 올릴 것"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당장 다음 달부터 기준금리 인상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한은)도 방어 차원에서 연속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는 기류다. 지난 8개월 사이 한은의 네 차례 인상 결정으로 현재 연 1.50%까지 오른 기준금리는 연내에 2%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일각에는 2%대 중반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인플레이션 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연준이 오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건 핵심 인사들의 직접적인 예고로 기정사실화 되는 모양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5월에 빅 스텝 인상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이를 여러 차례 단행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보다 앞서 연준에서 강경 매파로 꼽히는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포인트 올리는 방안도 거론하면서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 전망에까지 불을 지폈다. 시장 심리를 반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현재 연 0.25~0.50%인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인 12월 연 2.50%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26일 오후 기준 97.2%에 달했다.
 
이런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 전망과 맞물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데 이어 5월 회의에서도 같은 폭의 연속 인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현재 미국보다 1.00~1.25% 포인트 높지만, 미국이 예고대로 인상폭을 넓혀갈 경우 그 격차가 급속도로 줄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속도와 원화가치 하락세가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이창용 한은 신임총재도 연준의 빅스텝 단행 여부를 "5월 금통위 결정의 큰 변수"로 꼽으면서 "(빅스텝 단행 시) 자본 유출입이나 환율 움직임 등도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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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올해 남은 다섯 번의 금통위 회의에서 최소 두 차례는 금리인상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교보증권 백윤민 연구원은 "연말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0%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5월 금통위에서 연속적인 기준 금리 인상이 예상돼 2.00%에 도달하는 시기는 다소 앞당겨 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한은도 빅스텝 인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도 "한은이 예상보다 빠르게 4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5월과 7월 중 물가가 높은 시기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며 하반기 기준금리를 2.00~2.25%선으로 제시했다. 연말에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2%대 기준금리 시대로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최근 부각되면서 일각에는 우리 기준금리가 연내 2.50%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아직까지 다수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을 유력하게 보기에는 리스크가 있다. 일단 5월 FOMC에서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를 먼저 봐야 하는 것이고, 6월까지 2번 발표될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도 변수다. 3월에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많았던 만큼, 인플레이션 정점 조짐이나 변곡점이 감지되면 굳이 연준이 금리를 0.75% 포인트 한 번에 올릴 필요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하면서도 급격하게 금리인상폭을 늘려가는 데 대해선 신중론을 펼쳤다는 점도 주목할 요소로 꼽힌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성장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도 물가 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한 속도로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성장률 측면에서 미국만큼 견실한 상황이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보다 조심스럽게 인상 속도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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