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유족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은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해 잘못한 열 가지를 살펴보고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이 사태가 2011년 알려진 이래 11년간 검찰의 행보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보도자료다.
이들은 "검찰개혁 입법 논쟁과 관련해, 검찰 측이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거론하며 주장하는 내용이 하도 기가 막혀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 11년간 검찰수사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똑똑히 지켜봐온 입장에서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센터와 피해유족은 "검찰의 수사와 재판 결과를 단면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지난 11년간의 시간의 흐름을 놓고 봐야 검찰의 잘잘못이 명확히 보인다"며 검찰의 문제점과 잘못을 10가지 항목으로 정리했다.
이들은 우선 사건 '초기 인지수사의 부재'를 꼽았다. 2011년 정부는 동물실험 등을 벌여 가습기살균제 생산·판매 금지 조치했고, 시일이 지날수록 피해 신고가 급증했는데도 검찰이 방관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린이와 산모들이 수십 수백명이 죽고 다친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검찰은 수사권을 발동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찾아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극적인 수사 행태'도 지적됐다. 피해자들의 고소·고발이 줄이은 2012~2013년 검찰은 사회적 참사임에도 수사를 경찰에 내려보냈고, '피해가 가습기살균제 때문인지 확인이 어렵다'는 경찰의 기소중지 의견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기소중지로 약 3년간 수사가 이뤄지지 않다가 2015년 하반기에나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2016년 1월에는 검찰 전담수사팀이 꾸려져 수사가 확대됐다. 유족들은 이를 '늑장수사'의 잘못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왜 검찰이 오랫동안 침묵하다 총선을 앞둔 이런 시기에 수사를 시작했는지 궁금해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수사 개시는 검찰 맘대로'였다"고 한탄했다.
늑장 수사라는 비판은 2018년의 2차 수사에 대해서도 제기됐다. 수사 대상 기업의 확대 필요성이 시민사회로부터 지속적으로 촉구됐음에도 긴 시간 외면됐다는 게 이들 입장이다.
'외국인 수사 소홀'도 지적됐다. 검찰이 1차 수사 이후 옥시레킷벤키저의 영국 본사 임원들을 단 한 명도 소환하지 못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옥시의 외국인 사장 존리가 대법원의 무죄 확정을 받은 것이 검찰의 잘못이라는 얘기다.
이밖에 수사가 기업들 중심으로만 진행돼 정부 당국의 참사 책임이 규명되지 못했다며 '정부 책임에 대한 면죄부', '정부의 직무유기 공소시효 방치' 등의 잘못도 검찰에 있다고 이들은 밝혔다.
이들은 "피해조정안을 주범 기업인 옥시와 애경이 거부했다. 옥시와 애경이 적반하장격으로 나오는 배경은 지난 10년간 형사처벌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검찰이든 경찰이든 제대로 수사권을 동원해 가해자들을 잡아내고 처벌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