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해안 감시장비를 국내 중소기업 생산 제품으로 속여 육군본부에 납품하고 120억원을 챙긴 업체 대표 A씨를 검찰이 구속기소했다. A씨는 애초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검찰은 또 경찰 수사 단계에서 범죄 피해자였던 사건 관계인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 공범으로 재판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천기홍 부장검사)는 27일 군납업체 대표 A씨와 브로커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0년 3월 육군본부가 발주한 '해안·강안 사업'에서 중국산 감시 장비 244대를 국내 기업이 생산한 것처럼 속여 사업을 낙찰받고 물품 대금 104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그해 8월에도 역시 육본이 발주한 다른 사업 입찰에 참여해 감시 장비 46대를 납품해 15억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해당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가 먼저 수사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A씨 등 4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사건을 검토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한 달 뒤 사건을 다시 송치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보완수사 내용으로는 혐의 다툼 소지가 커 무죄를 받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추가 압수수색과 사업 자료 및 거래내역 분석, 20여차례 참고인 및 피의자 추가 조사 등을 보완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그 결과 경찰 단계에서 불구속 상태로 송치된 A씨의 추가 범죄 혐의를 밝혀낸 뒤 지난 14일 구속했다. 아울러 보완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군 관계자의 금품 비리 혐의는 군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모두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범죄 혐의다.
경찰 단계에서 피해자였던 인물을 검찰이 새롭게 공범으로 보고 입건한 사실도 확인됐다. 납품 과정에서 등장하는 중간 단계 업체를 경찰은 다른 군납 업체의 범죄 행위 피해자로 봤다고 한다. 하지만 보완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해당 업체를 공범으로 보고, 입건해 재판에까지 넘겼다.
이밖에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피의자 중 업체 말단 직원을 불기소 처분하고, 상급자인 임원을 입건해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위에서 지시를 받아 이행한 직원을 처벌하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상급자인 임원이 형사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다는 논리다. 이것 역시 검찰의 추가 보완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보완수사에 관해 '동일성' 범위를 강조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런 식의 보완 수사가 결코 이뤄질 수 없다"고 우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