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 거부하고 사선 변호인 찾는 이은해…못 구하면?[이슈시개]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씨가 지난 19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황진환 기자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거부하고 사선 변호인 선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은해는 구속영장 발부 다음 날인 지난 20일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거부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법원이 선정한 국선변호인은 이은해를 만나러 인천지검 청사에 갔으나, 피의자의 거부 의사에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해는 대신 가족을 통해 사선변호인을 선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지난 16일부터 이은해와 조현수를 불러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지만, 피의자들이 조사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 특히, 이은해는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겠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해는 내연남 조현수(30)와 함께 지난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에게 다이빙을 유도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은해는 검거된 지 열흘이 넘었지만, 27일 현재까지 사선 변호인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사회적 지탄 가능성에 사건을 수임하기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19년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선임한 사선 변호인단은 비난 여론에 휩싸여 사임계를 제출했다. 당시 고유정은 결국 국선변호인을 선임했다.

 
고상현 기자

이은해가 사선변호인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무법인 율원 강진석 변호사는 27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피고인 입장에서는 변호사 비용을 아끼는 게 중요하지 않고 재판 결론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사실 국선변호인은 업무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지 못하는데, 사선 변호인에게 돈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주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국선변호인은 법원에서 지정해주는 반면, 사선변호인이라면 형사재판 쪽 경력이 있는지 혹은 경우에 따라 검사나 경찰 경력이 있는지 등 이은해씨가 적합성을 따져보고 선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 역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선변호인의 수임료가 높게 책정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선변호인의 형사사건 수임료와 차이가 크다"며 "국선변호인도 생활인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 생활하려면 사건을 많이 맡을 수밖에 없게 되면서 사선변호인과 투입하는 노동력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형사사건에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려는 피고인 입장에 관해 "직접적 증거 없이 간접증거의 신빙성을 다투는 경우라면 법리적 부분보다 전관예우 같은 적절치 않은 영향력을 기대하는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국선 변호를 거부한 이은해가 사선 변호인을 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국선변호인의 변호를 받을 수밖에 없다. 고유정 사건과 같이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필요적 변호'에 의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이 구속된 때 혹은 단기 3년 이상 법정형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변호인 없이 개정될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지정한다"며 "본인이 국선 변호를 거부한다고 해서 재판 진행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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