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백현동 의혹도…검수완박에 흐지부지 되나

[검수완박 이후]9월부터 檢 직접수사 범위 '경제·부패' 2개
고발인은 경찰 불송치 사건 이의 신청 못해
성남FC·백현동·공흥지구…警 수사 결론 주목

검찰청법에 이어 '검수완박'의 남은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공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3일 공포했다. 검수완박법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두 축으로, 4개월 뒤 시행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를 골자로 하는 두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약 4주 만에 입법부와 행정부 절차를 모두 통과했다. 너무 성급하게 추진된 탓에 고발인 이의신청권 삭제 등 법안 곳곳에 독소조항이 그대로 남았다. 법조계에서는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된 정치인·권력 비리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 끝나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9월부터 시행되는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서 2대(부패·경제) 범죄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는 4개월 뒤, 선거범죄 수사는 내년 1월 1일부터 각각 검찰이 수사를 시작할 수 없다. 6월 지방선거 관련 사건 수사 일정을 고려해 내린 조처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검찰의 부당한 별건 수사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이전처럼 제한 없이 보완수사가 가능하다. 단, 시정조치 요구 불응 사건이나 인권 침해 사건, 이의신청 사건 등 검찰이 경찰에 송치를 요구한 사건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한정된다.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해 검찰에 사건을 보내지 못할 경우(불송치) 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기존 고발 사건은 '경찰→검찰→1심→항소심→상고심' 등 5단계에 걸쳐 형사 처벌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 한 번으로 사건이 종결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김예원 변호사는 "고발 사건에서는 경찰 불송치가 대법원 판결이나 마찬가지가 됐다"고 꼬집었다.


당장 검찰 안팎에서는 권력형 비리 사건 상당수가 수사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경찰이 쥐고 있는 사건을 바라보는 법조계 시선은 더욱 곱지 않다.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을 박탈한 독소조항 때문이다. 대부분 시민단체 고발에서 수사가 시작되는 정치인 범죄 특성 상 경찰 단계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건을 재검토할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를 재개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런 시각이 기우인지 따져볼 가늠자(바로미터)다. 경찰은 앞서 이 사건을 불송치 했다가 고발인의 이의신청 후 검찰로부터 보완수사 요구를 받았다. 만일 9월 법 시행 후 경찰이 성남FC 사건에 관해 재차 불송치 판단을 내리더라도 검찰의 추가 수사는 불가능하다. 특히 성남지청은 지난 2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별도의 이행 기한을 통보하지 않았다. 현행 규정상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 시 언제까지 사건을 송치하라는 단서 조항을 붙일 수 있는데 이 사건의 경우 언제까지 수사해야 한다는 기한이 없다. 통상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경우 이행기간을 붙이지 않는다고 한다.

시민단체나 정당, 국가 기관 고발에서 비롯된 권력형 사건 중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사실상 다 같은 처지다. 분당 백현동 판교아파트의 '용도변경 특혜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직접 수사가 가능한데도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넘겼다. 공익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이 대검찰청에 해당 사안을 수사 의뢰했지만, 이미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검찰이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재명 전 지사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도 경찰의 판단이 더 중요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이 전 지사와 부인 김씨, 전직 5급 공무원 배모씨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경기남부청은 지난달 4일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관련 고발 사건 중에는 윤 당선인 처가가 연루된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이 경기남부청 소관이다. 지난 3월 고발인 조사 이후 별다른 수사 진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경찰이 9월 이후 수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할 경우 검찰이 들여다 볼 기회는 없다.

경찰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권력형 사건 관련 수사를 더 철저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지난 2일 간담회에서 "모든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은 청장인 제가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성남FC 사건 수사 종결 시기에 관해서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필요에 따라 사건을 경기남부청으로 가져올 수도 있다"라며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산업부 블랙리스트(서울동부지검)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대전지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에서 진행하는 대형 사건의 수사 향방도 관심사다. 검찰은 법 시행까지 남은 넉 달 내로 사건을 경찰에 넘기거나 종결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존에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시행령 제정 단계에서 관련 부분이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